"아직 독일땅을 밟은 게 아니다."


본프레레호의 '황태자' 이동국(26.포항)이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8년만의 월드컵 본선무대 재입성을 위한 '절차탁마'의 각오를 밝혔다.


이동국은 9일(이하 한국시간) 쿠웨이트전에서 박주영이 유도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는 활약을 펼친 뒤 후반 34분께 안정환(요코하마)과 교체되며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의 책임을 마쳤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만 3골을 터트리며 한국축구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는 데 공헌한 이동국이었지만 경기가 끝난 뒤 표정은 비장함 그 자체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아픔을 아직까지 가슴 속에 담아두며 부활의 디딤돌로 삼아왔던 이동국은 "아직 내가 독일에 간다는 보장은 없다"며 단호한 심정을 밝혔다.


이동국은 "앞으로 문전에서 세밀함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며 "한번의 찬스에서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실력을 더욱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98년 청소년축구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을 펼치며 19세의 어린 나이에 98년 프랑스 월드컵로 본선무대를 밟았던 이동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때까지 주전경쟁을 계속 벌여왔지만 마지막 순간에 최종 엔트리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이동국은 상무에 입대해 축구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결국 본프레레 감독위 취임 첫 경기부터 골을 터트리며 감독의 신임을 얻은 이동국은 마침내 20경기 동안 11골의 성과를 올리며 주전 스트라이커로서 입지를 튼튼히 만들었다.


특히 이동국은 경기가 끝난 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실수를 했던 박동혁이 너무 침체돼 있어 '너를 위해 골을 넣겠다'고 말했다"며 향상된 기량 만큼이나 후배들을 위하는 선배로서의 아량도 보여줬다.


지난 2001년 독일 분데스리가 브레멘에 진출해 6개월여만에 국내로 쓸쓸히 복귀했던 이동국이 4년만에 다시 한번 독일땅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쿠웨이트시티=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