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오늘의 작가상'에 선정된 윤순례(38) 씨의 장편소설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민음사)이 7일 수상작 발표와 함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불모의 땅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숭배"를 담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소설은 불임 부부의 메마른 삶, 곱사등이 처녀의 사랑을 3막으로 나누어 그렸다. 소설의 첫 번째 주인공인 부부는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한다. 그러나 집 안으로 한 발짝 들어가면 남편이 아내에게 끓여준 미역국 썩어가는 냄새가 난다. 눈에 띄는 것이라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방울토마토 한 그루다. '연못에 물이 마른' 이 집은 생명이 부재하는 공간이다. 제1막에서 여자는 생식 능력이 없는 남편을 떠난다. 그리고는 몇 해전 절에서 잠시 만나 온기를 나눈 목수 '허관'을 찾아 나선다. 용두도에 온 여자는 절에 머물며 허관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러던 중 주지 스님과 관계가 있는 듯한 '미주 엄마'를 알게 된다. 드세고 사나운 미주 엄마는 동네 아낙들의 적대와 수군거림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돈을 벌고 혼자 몸으로 앓는 딸을 키우는 미혼모다. 허관을 찾지못하던 여자는 어느 날 미주 엄마의 자살미수 소식을 듣는다. 이어 대마도에서 허관을 봤다는 소식에 섬을 떠나는 여자의 등 뒤로 전보다 더 지쳐보이는 미주 엄마가 목청을 높여 호객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제2막은 여자가 떠난 넓은 아파트에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는 잠을 자거나 채팅으로 만난 여자와 모텔에 가는 일로 소일하며 아내의 부재를 견딘다. 제3막의 주인공은 곱사등이 처녀다. 그녀는 남자의 어머니인 '성북동 안방마님' 댁에서 일하는 할머니의 소개로 남자의 아파트에 가정부로 들어왔다. 타고난 신체적 결함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덤덤하게 살아가던 그녀는 카센터 앞에서 딱정벌레 모양의 자동차를 발견하고 반한다. 이를 계기로 정비사 종하를 만나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나 곱사등이 처녀는 고양이 '총총'의 임신을 계기로 아파트를 떠나기로 한다. 고양이의 임신을 못마땅해 하는 남자에게 시달리던 처녀는 종하와 헤어지면서 이별선물로 연둣빛 딱정벌레 모양의 자동차를 받는다. 그녀는 그 차를 타고 새끼를 품은 고양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남쪽 항구도시로 떠난다. 236쪽. 9천원.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