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절기상으로 보면 여름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하지만 날씨는 짐짓 한여름을 흉내내고 있다.


낮 기온은 30도를 넘나들고 창 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후끈거림이 느껴진다.


시원한 물이 그립다.


경기도 안성은 저수지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큰 강줄기가 없어 곳곳에 농사용 저수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단다.


고삼저수지는 만수면적이 84만평으로 14개에 달하는 안성의 저수지 중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나 분위기는 광활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아늑하다.


저수지로서는 보기 드물게 물 한가운데 섬들이 떠 있기 때문이다.


용문이 새겨진 비석이 발견된 비석섬과 동그락섬,8자섬 등이 어울려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좌대만도 120여개가 설치돼 있는 고삼저수지는 낚시꾼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다.


저수지 주변을 돌아가며 버드나무가 물가에 가지를 드리우고 있어 씨알 굵은 고기가 무척이나 많다.


특히 이곳 주민들은 "얼마 전 외래 육식어종인 배스가 들어오면서 작은 고기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큰 고기들은 더욱 몸집이 커졌다"고 한다.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한 변화인 것 같다고 하니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눈물겹다.


고삼저수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향림마을은 영화 속의 좌대와 선착장이 설치됐던 곳.물론 지금은 그 자취가 사라지고 없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눈에 익숙한 주변 풍경만은 확인할 수 있다.


또 물이 빠진 후 삼은리 32번지 산돌배나무 앞에 가면 화면을 가득 메운 갈대 사이에 버려진 배 한 척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널찍한 갈대밭을 만날 수 있다.


고삼저수지는 드라이브나 자전거 하이킹에도 제격이다.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면서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데 자동차로 1시간 정도,자전거로는 4시간가량 걸린다.


고요한 물가에 멈춰 잠시 숨을 돌리노라면 '철퍼덕…,척!' 물고기 뛰는 소리와 두루미·백로의 비상이 어우러지며 길 가던 이의 가슴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고삼=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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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경부고속도로 안성IC나 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빠져나가 안성시내로 간다.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가 20분 간격, 남부터미널에서 직행버스가 15분 간격으로 안성까지 운행한다.


고삼저수지는 안성시내에서 북쪽으로 70번 지방도를 타고 고삼면소재지를 거쳐 간다.


예전부터 큰 장이 섰던 것으로 유명한 안성은 소머리와 사골을 곤 국물로 만든 구수한 장터국밥이 유명하다.


80년 동안 맥을 이어 왔다는 안성장터(031-674-9494)에서는 장터국밥을 5천원에 먹을 수 있다.


고삼저수지의 금터(031-674-3642)는 모두 12개의 좌대를 보유하고 조황에 대해 조언도 해준다.


이곳에서는 민박을 할 수 있고 매운탕이나 닭도리탕 등 먹거리도 갖춰 수일씩 머물다 가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


고삼저수지 바로 옆에 그린파크 모텔(031-673-4400)이 있다.


최근에 지어 시설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1박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