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킨 운전자가 사망사고를 냈더라도 법규를 위반한 차량의 피해에 대해선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21단독 이정렬 판사는 4일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씨의 가족들이 자동차 운전자 신모씨가 가입한 D보험사를 상대로 낸 4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되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으로 한다"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 판사는 결정문에서 "운전자는 교통법규를 준수해 운행할 주의의무가 있지만 다른 차가 교통법규를 위반해 운전하는 경우까지 예상해 교통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위법한 차량을 예상해 운전하기를 요구한다면 적법행위를 한 자가 손해를 보게 되고 위법행위를 한 자가 이익을 얻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이씨가 횡단보도의 신호를 위반해 진행했기 때문에 이 사고는 이씨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신씨는 어떤 잘못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씨는 2003년 9월26일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의 한 3거리에서 횡단보도의 푸른신호를 무시하고 오토바이를 몰고 지나가다 신씨가 운전하던 화물트럭의 뒷부분과 부딪쳐 사망하자 이씨의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판사는 교통법규를 무시하다 접촉사고를 낸 운전자가 낸 이와 유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기각한 바 있지만 사망사고의 경우에도 비슷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결정문은 정본을 송달받은 뒤 2주일 이내에 양측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확정판결로서 효력이 발생하며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정식 재판 절차에 들어간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