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이마트의 상생경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4시간 영업을 해야 합니다.
경쟁사들이 모두 24시간 영업체제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무슨 말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지방 영세상인들의 원망이 자자한데 지역 여론이 더 나빠집니다."
정부의 자영업 대책에 대형할인점의 지방출점제한이 포함돼야 한다고 영세 상인 단체들이 주장하는 가운데 국내 최대의 할인점인 이마트에서는 일선 점포의 24시간 영업에 대한 사내 토론이 한창이었다.
24시간 영업을 해야 한다는 쪽은 "경쟁사들에 대응하지 않으면 경쟁 상권 지역에선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자를 보지 않는다면 24시간 영업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70개나 되는 전국의 점포가 24시간 영업에 들어간다면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하는 동네가게나 중소상인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자칫 지역 여론이 더 나빠져 소탐대실할 우려가 있다는 것.
이마트가 이처럼 24시간 영업을 놓고 토론을 벌인 것은 최근 경쟁 할인점들이 잇따라 종일영업 체제로 가고 있기 때문.
40개 점포를 운영중인 롯데마트는 지난 2일 처음으로 구로점의 문을 24시간 열었고 삼성테스코는 이미 3년 전부터 24시간 영업 노하우를 쌓아 종일 문을 여는 점포가 33개 점포 중 30개에 달하고 있다.
월마트도 16개 점포 중 12개 점포가 종일영업 중이다.
종일영업은 경쟁이 치열한 상권에서는 성과가 있다.
홈플러스 이성철 이사는 "야간 근무인력을 점포당 20여명씩 별도로 뽑아 밤 11~12시 사이에 투입하고 있다"고 종일영업의 효과를 설명했다.
사내 토론을 하던 이마트는 결국 24시간 체제를 확대하지 않기로 3일 의견을 모았다.
이경상 이마트 대표는 "선두업체가 24시간 영업을 확대한다면 할인점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출혈경쟁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어 기존 4개 점포 외에는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결정을 예의주시하던 할인점업계와 중소상인 단체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공멸과 상생이 간발의 차이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