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유연제인 무수프탈산(PA)을 중국에 수출해 온 애경유화는 지난해 161억원을 날릴 뻔했다. 중국 상무부가 애경유화에 5년간 14%라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었다. 애경유화는 즉각 법무법인 태평양에 도움을 요청했다. 태평양은 PA원료 원가가 계절별로 다르다는 점을 알지 못한 중국 상무부를 끈질기게 설득,중국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는 무덤핑 판정을 이끌어냈다. 이는 태평양이 수년간 중국시장에서 반덤핑 관련 사건을 집중적으로 맡으면서 노하우를 축적해 온 덕분이었다. 작년 10월 베이징에 정식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태평양은 중국 내 반덤핑 관련 사건 공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내 로펌들이 특화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무기로 향후 중국 법률시장이 외국인에게 완전 개방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에서다. 제조업체 등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법률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달 중 베이징에 법률사무소 개설을 신청할 법무법인 세종은 기업 인수합병(M&A) 부문에 주력할 계획이다. 금호 및 한솔그룹의 중국 내 합작투자를 성사시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중 양국 기업 간 M&A 분야를 주 타깃 시장으로 삼기로 했다. 세종은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중국 정부에 관련 법률 노하우도 전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법률팀장을 맡아 소송 없는 올림픽을 이끌어냈던 유창종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장)를 베이징사무소 대표 변호사로 임명키로 했다. 내년 초 상하이에 사무소를 열 예정인 지평은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상하이 진출은 법무법인 대륙에 이어 두 번째다. 지평은 엔씨소프트안철수연구소의 중국 진출을 도왔던 노하우를 밑거름 삼아 IT 관련 기업의 법률자문을 맡겠다는 전략이다. 태평양 외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는 다른 국내 로펌들도 특화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로펌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한 법무법인 대륙은 증권 및 금융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중국정부로부터 베이징사무소 개설 승인을 받은 광장은 지식재산권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국내 로펌들이 이처럼 특화전략을 세운 이유는 전문성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게 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과 함께 좁은 국내 시장과 달리 중국의 경우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특정 분야에만 집중해도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