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규제해선 투자유치 성공 못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무턱대고 `공장 하나 지어주십시오'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공장 짓는 것이 무슨 자선사업인가."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토지이용 규제를 비롯한 온갖 규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아무리 제조업 투자 유치에 매달려도 성공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한상공회의소는 31일 전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한국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 서부내륙지역 투자환경을 둘러보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박 회장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깐수성 란저우시 선샤인플라자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자유치 문제,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해 특유의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제조업에서 빨리 서비스산업으로 넘어가야 하는 단계에서 우리 정부와 지자체가 중국처럼 제조업 투자 유치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며 "제조업체들의 생산설비가 충분하기 때문에 공장을 더 지을 일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따라서 지자체도 공장 유치만 고집하기 보다는 호텔도 짓고, 골프장도 만들면서 교육, 의료, 레저를 비롯한 서비스부문에 대한 투자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정부와 자자체의 사고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특히 땅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토지 이용을 규제하고 (수도권 공장 건설을) 꽁꽁 묶어 둔 채 기업이 해외로 나가지 않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 의료 분야를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기득권을 보호하기 보다는 역대 정권이 한 번도 시도하지 못한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 관료의 패러다임 시프트(사고의 대전환)가 필요하다"면서 "전통적인 제조업체들도 스스로 GE나 IBM처럼 서비스기업으로 변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우리기업들의 중국진출에 대해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지 못한 우리 기업들에게 중국은 절대 비상탈출구가 될 수 없다"며 "삼성, LG처럼 중국 내수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단순히 인건비만 따먹는 식의 투자를 해서는 돈 벌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중국은 싸구려 장난감이나 옷가지부터 인공위성까지 만들 수 있는 나라"라며 "중국의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덤벼들어서는 안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4월 경상수지가 2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한 달 적자를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원화 절상으로 고통받는 중소기업의 경우 구조개혁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간다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5%에 못미치더라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기본으로 돌아가 산업구조 조정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동안 적자재정을 감수하면서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우리도 성장 둔화를 적자재정으로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그렇게 하면 뒷감당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각종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대안 없는 비판은 이제 그만두라"며 "환경단체와 재계가 현안 해결을 위해 솔직한 토론 기회를 갖자"고 박 회장은 제안했다. 박 회장은 김상하 삼양사 회장, 손경식 CJ 회장, 구본준 LG필립스 부회장을 비롯한 41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지난달 28일 오는 5일까지 일정으로 칭하이성과 깐수성,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와 산업현장 방문길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