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경욱씨(34·울산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화제작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이후 2년 만에 네 번째 소설집 '장국영이 죽었다고?'(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인터넷을 통한 젊은 세대의 '소통' 문제에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 모두 9편의 단편을 실었다.


표제작인 '장국영이…'는 아내와 이혼한 뒤 피시(PC)방에서 일하는 화자 '나'를 내세워 장국영이라는 '문화코드'를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는 현대인의 내면 풍경을 보여준다.


신용불량자가 돼 회사에서 밀려나고 가정조차 깨져 버린 '나'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한 이혼녀와 접속한다.


두 사람은 묘하게도 같은 날 장국영 주연 영화 '아비정전'을 봤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또 같은 날 결혼했으며 신혼여행지도 똑같다.


두 남녀가 나누는 대화 속에 돌연 장국영의 죽음이라는 기호가 삽입된다.


쓸모 없는 기억들의 무의미함은 이때부터 새로운 활기와 유대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모두 각자의 얘기만 하기에 급급한 표현 과잉의 시대에 소통이 어떻게 가능하고 진정한 소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탐구하는 것이 제 소설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장국영이…'는 KBS가 단막극으로 제작,6월11일 2TV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소설집 맨 마지막에 실린 '나가사키여 안녕'은 하멜표류기를 색다르게 변주한 독특한 작품이다.


나가사키 항으로 가던 중 좌초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원이 바다 한가운데 섬에서 겪었던 일을 소재로 조선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김씨는 "세상은 끊임없이 읽고 풀어내야 하는 거대한 텍스트와도 같다"며 "앞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싸이월드'를 소재로 한 작품을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