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북서부 해안가 셀라필드에 위치한 소프 핵폐기물 처리장에서 엄청난 규모의 고농축 방사능 액체가 9개월동안이나 누출됐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9일 폭로했다. 지금까지 나타난 누출량을 보면 영국에서 발생한 13년만의 최악의 핵 오염사고로 기록될 만하다고 이 신문 인터넷판은 밝혔다. 지난 28일 영국의 각 부처 장관 및 고위 관리들에게 배포된 내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8만3천ℓ에 달하는 핵물질 저장고에서 지난해 8월부터 파이프 파열로 누출이 시작된 이후 지난 4월19일에서야 누출 사실이 발견됐다. 저장고 규모는 올림픽 수영장의 절반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직원 실수, 기술적 결함 등이 겹쳐져 나타난 이 사고는 말썽많은 재처리시설의 미래에 의구심을 던져주고 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소프 재처리장을 운영중인 브리티시 뉴클리어그룹(BNG)은 직원들이 계기판의 경고를 읽고 대응하지 못했다고 시인하고 금속 부식이나 직원의 안이한 업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또다른 누출 가능성에 대한 점검을 지시했다. 회사측은 더 이상의 누출은 없다며 이번 사고가 내부누출이기 때문에 주민 등 외부인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각부 장관들은 이번 사고에 따라 소프 재처리장은 결코 재가동될 수 없으리라는 의견을 개인적으로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번 사고를 중대사안(serious)으로 분류했다. 지난 4월1일 소프 재처리장 소유권을 넘겨받은 특수법인 핵시설폐기청(NDA)은 BNG 및 정부측과 논의를 거쳐 조사보고서가 발견한 문제점을 평가하는데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원자력 및 원전을 `선(善)'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애써왔으나 이번 사고로 그같은 노력이 자칫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영국 핵설비시찰단(NII) 조사관 4명은 사고발생 이후 이 곳에 머물며 기술진들이 이동용 탱크로 연결되는 파이프를 왜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느냐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중이다. 이들은 수주일간의 조사를 거쳐 BNG 간부 및 기술진 처벌 및 재처리장 가동 여부 등에 대해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지난 1940년대 후반 건설된 소프 재처리장은 원자력 발전을 중단한채 지금은 핵폐기물의 저장과 재처리,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저장 등만 맡고 있는 곳으로 지난해감사결과 핵무기 7∼8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30㎏을 분실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잦은 사고로 말썽을 빚어왔다. (서울=연합뉴스)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