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프리터족 ‥ 한현숙 <잡링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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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숙 < 잡링크 대표이사 hhan@joblink.co.kr >
요즘 취업난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근로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프리터(freeter)족이다.
프리터는 자유(free)와 아르바이트(arbeite)의 합성어로,겹치기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을 말한다.
프리터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취업난 대응책으로 선택의 여지없이 노동의 기회가 생기면 아르바이트를 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그룹이고,나머지는 규칙적인 생활과 책임지는 것에 부담을 느껴 한 직장에 얽매이는 것을 기피하는 그룹이다.
아무 때나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하지 않고 돈이 필요할 때만 '짧고 굵게' 일한다.
아르바이트를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사이의 젊은 층이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나이가 어리거나 젊을 때는 경험과 경제 자립을 장려할 수 있는 좋은 일이나 성인으로서 한창 일하고 사회에 발을 들여 성장을 기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 프리터족으로 있다는 것은 사회로서는 상당한 인적 자원의 낭비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날로 프리터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특성상 자신의 적성에 맞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또한 아르바이트로 오래 일하는 것을 생활화하다 보면 직업을 정해야 하는 시기를 놓치기 쉬우며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술 축적도 어려워 평생직장의 꿈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프리터족이 늘어나는 것은 학력 인플레이 현상으로 고학력자가 속출하면서 이에 맞는 직장을 찾지 못해 우선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정직원 채용보다 비정규직 사원이나 경력직 사원을 채용하려는 것도 프리터족 양산의 한 원인이 된다.
한편으로는 가정에서 그 원인의 일부를 찾을 수 있다.
자녀의 수가 줄어들면서 지나친 사랑과 과잉 보호로 강인한 정신력을 길러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 자립할 때가 되어도 자신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보다는 부모에게 의지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는 취임사에서 "우리 시대의 적은 일을 할 수 있는 데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지향적인 삶을 원한다면 프리터라는 삶의 방식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창 일할 나이의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도전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을 만드는 일은 우리 사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