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한국전력을 본사와 자회사 2개만을 묶어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확정하고 12개 시·도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이전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다음 달에 공공기관 배치계획 최종안을 발표한 뒤 각 시·도지사와 이전기관 주무부처는 구속력 있는 이전협약을 맺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엄청난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 이전을 지나치게 졸속으로 밀어붙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구상의 한 축으로 추진해 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이미 여야 정치권의 눈치보기에다 지방자치단체 간의 유치경쟁 등으로 인해 무리하게 추진돼 온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들이 한 해 지방세가 150억원에 이르고 직원 수가 1100여명에 이르는 한전 유치에 온통 매달리면서 상황이 꼬일 수밖에 없게 됐음은 물론이다. 때문에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방안 마련 계획을 세 차례나 연기했을 뿐 아니라 지난 25일에는 핵심인 한전의 포함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177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명단을 발표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물론 공공기관의 이전이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공공기관 이전은 각 기관 고유의 기능과 경영효율성,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전 대상지역의 인프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신중하게 검토한 뒤 결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지역간 다툼이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은 물론 국론 분열까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간 이해 다툼과 정치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국가균형발전이란 목표는 달성될 수가 없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기관별 이전 필요성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물론 추진 과정에서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