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한우 암소 고기를 먹고 싶다면 경기도 광주 뉴서울 골프장 입구에 위치한 '오죽헌가든'(031-763-9810)을 추천한다.


자리에 앉으면 '묵사발' 한 그릇을 대령한다. 원래는 골프를 치고 온 사람들이 상이 차려지기 전에 시장기도 덜고 시원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란다. 묵과 신김치가 든 묵사발은 강원도식인데 그릇째 들고 '후루룩 후루룩' 들이키면 시큼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한국식 '안티파스티'로 이만한 게 있을까 싶다.


이곳은 고기 이외의 다른 음식은 전혀 팔지 않는다. 고기는 당일 가져온 것만 내놓는다. 메뉴는 등심 안창살 꽃등심 갈비살 등인데 종류를 따지지 않고 모두 1인분에 3만5000원이다. 고기가 떨어지면 된장찌개만 판다.


이 집에 더욱 믿음이 가는 것은 김정녀 사장(38)이 직접 주방장 역할까지 한다는 점 때문이다.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고기가 필요하면 주방으로 달려가 고기를 썰어온다. 사장이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으니 고기 질이나 맛이 변할리 없다.


고기 맛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그 이상의 표현을 찾아낼 수가 없다. 특히 안창살은 부드럽게 씹히면서 입에서 사라져버려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아무리 좋은 고기도 많이 먹으면 느끼해지지만 이집 고기는 느끼함이 덜하다.


고기를 먹고 나면 된장찌개를 내주면서 새롭게 상을 차려준다. 전라도 한정식을 뺨치는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쫙 깔리고 구수한 된장냄새까지 코를 자극해 식탐이 절로 생겨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돌솥에서 퍼내 김에 얹고 그 위에 간장을 발라 입에 척 넣은 뒤 시래기를 쭉 찢어 먹어보라. 그리고 고기 굽던 숯불 위에 얹어진 된장 국물을 떠 후후 불어 쪽 빨면 '캬' 소리와 함께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된다.


깻잎 멸치조림 젓갈 등도 모두 맛이 훌륭하다. 특히 깻잎은 7년간 묵힌 것이란다. 그래서인지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포만감에 젖은 외식 나들이를 한껏 누릴 수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