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공무원의 민간행이 줄을 잇는 가운데 민간 전문가들의 공직행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민간행을 선택한 공무원들은 대부분 "안정된 생활에 안주하기보다 좀 더 큰물(민간부문)에서 큰 뜻을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공직으로 자리를 옮긴 민간 전문가들은 "민간에서 배운 전문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공직사회 변화에 작은 힘이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간으로 떠난 공무원들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는 지난 2월 "외국계 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국적 자본을 만들겠다"며 경제관료 생활을 청산,공직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2002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재직 시절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해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15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됐던 그는 차관까지는 보장돼 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잘나가던 관료였다. 사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그는 "민간의 효율성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현재 펀드 구성을 위해 뛰고 있는 그는 "청년층 구직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공무원이 되겠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며 "도전정신이 없는 청년과 기업가 정신을 잃은 기업이 많아지면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유비프리시젼의 김정곤 대표도 지난 2001년 산업자원부 국장직을 버리고 민간행을 선택했다. 그는 선배가 경영하던 벤처기업을 인수해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김 대표는 "보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에 진출해 또 다른 측면에서 국가를 위해 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직업 공무원의 매력이 예전과 같지 않은데 젊은 사람들이 과거만을 돌아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걱정했다. 최근 동원증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유영환 전 산자부 국장,삼성증권 상무로 이직한 방영민 전 재경부 과장 등의 경우도 "안정성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보다 큰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이직의 변을 밝혔다. ○공무원으로 변신한 민간출신들 올초 김영규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보관(2급 상당)은 한국IBM 인사담당 임원직을 뒤로 한 채 공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인사정보관은 "민간부문에서 쌓은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공직사회도 이제 민간에 개방되고 있고 내부경쟁도 시작됐다"며 "안정성 등 과거에 공직이 가졌던 장점만 보고 지원해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재경부 최초의 여성 과장으로 화려하게 공직에 입문한 민현선 소비자정책과장(전 인하대 강사,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 차장),지구과학 분야 전문기업인 첨성대 대표이사에서 공무원으로 변신한 이완호 기상청 정보화관리관 등도 모두 민간부문에서 활동할 당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 과장은 "직업적 안정성 때문이 아니라 전공분야인 소비자 문제를 직접 정책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