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이 총 1조달러(약 1000조원)에 달하는 헤지펀드 중 상당수가 대규모 운용 손실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 환매요청→자산매각→수익률 추가 하락→환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해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3년 영국에 설립된 베일리코우츠 에셋매니지먼트는 최근 몇 주 사이 운용자산이 13억달러에서 6억35000만달러로 반토막 났다. 이 펀드는 설립 후 6개월간 연 수익률 20%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미국과 유럽지역 주식 투자에 실패하면서 원금까지 까먹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증거금 보전 요청(마진콜)이 쇄도하자 이 펀드는 자산을 대거 처분했다. 특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외부 자본을 차입해 손실 규모가 더 커졌다. 헤지펀드인 콰드리가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유가,외환 등 선물 투자로 손해를 입었다. 콰드리가 수퍼펀드 B와 C의 수익률은 지난 17일 현재 각각 -23%와 -29%로 떨어졌다. 미국 프로야구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 존 헨리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인 존헨리&컴퍼니의 올해 수익률도 -20%였으며 런던 소재의 GLG 파트너스의 전환사채(CB) 차익거래 펀드도 올 들어 5.2% 손해를 봤다. 특히 이달 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GM 및 포드의 회사채 신용도를 투기 등급으로 지정하면서 발생한 'GM 쇼크'로 인해 신용파생상품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헤지펀드의 손실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스코티시 위도우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십의 투자분석가 니겔 볼턴은 "일부 헤지펀드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헤지펀드의 급성장으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헤지펀드에 자금을 빌려준 투자은행들도 신용상태와 펀드 운용 정보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