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처음으로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20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 2월 사이언스에 논문을 처음 발표할 당시 (이번 연구성과에 대한)이미 기술적 노하우가 갖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회적으로 윤리적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짐이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일정기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축적하고 설정해 놓은 연구성과를 유감없이 성과를 발휘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0여분 늦은 오후 5시께 공항 내 귀빈실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감색 양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황 교수는 빡빡한 스케줄과 장시간의 비행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 없이 시종 여유를 보이며 1시간여동안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과 최석식 과학기술부 차관 등의 정부관계자와 함께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안규리 교수, 서울대수의대 이병천 교수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또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국내 방송과 신문 등에서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다음은 황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번 연구성과를 지난해 발표성과와 비교한다면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안방에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너무 큰 자물쇠가 잠겨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작년에 그 첫번째 대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보니 단단히 잠겨있는 4개의 문이 있었다. 문을 열다 보니까 경험과 기술이 생겨 4개의 문을 한꺼번에 열었다. 그러고 나니 사립문이 또 있다. 앞으로 저 사립문을 열어야만 한다. --언제쯤 임상에 적용될 수 있나 ▲(옆에 있던 서울대 안규리 교수를 가리키며) 외국 언론과 인터뷰할 때 안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 답변하지 말라고 했다. (안 교수가 말을 받으며) 외국의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성과가 길게는 30-50년, 적어도 수년을 앞당겼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임상 1-3상이 남아있다. 빨리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헛된 희망을 주지는 않겠다. --연구성과에 대한 윤리적 문제제기는 어떻게 해결하나 ▲우리를 포함한 많은 연구실에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분화 연구를 하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현 시점에서는 장담하기 힘들다. 앞으로 역분화 기술을 이용하면 여성으로부터 직접 난자를 채취하지 않아도 윤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실험실이 역분화 연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있다. 지금도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가슴에 한을 품고 산다. 윤리적 문제에 대한 물음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답은 없다. 그것은 시대와 사회와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연구과정에서 국내 생명윤리법과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의 규정을 지켰다. 국내 저명한 생명윤리학자에게 단계별, 사안별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미 사이언스에서 통과가 된 만큼 더 이상 큰 윤리적 지적은 받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진행 중인 공동연구는 ▲공동연구를 통해 얻게되는 소득이 무엇인가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 볼 계획이다. 국내 연구팀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연구팀 및 정부와 협의를 거쳐 공동연구 여부를 결정하겠다. 윌무트 박사가 제안한 루게릭병이 대표적이다. 또한 아마도 정부에서 이런 합리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본다.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말을 받으며) 앞으로 과학재단에 공동연구를 지원할 팀을 만들 계획이다. 특허청의 지원도 받겠다. 국제공동연구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주쯤 첫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아울러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세계의 지적재산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미래의 세포분화 연구에 우리나라 연구진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 연구력이 뛰어난 그룹으로부터 도움도 받고 공동연구를 한다면 국내 바이오메디컬 분야가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연구에 함께 참여한 팀원들 소개해 달라. ▲서울대 문신용 교수는 연구팀의 어른으로 이번 연구에서 큰 길을 인도해줬다. 또한 미즈메디병원의 노성일 이사장이 구축하고 있는 줄기세포의 수립과 유지기술도 큰 도움이 됐다. 한나산부인과의 장상식 원장, 미즈메디병원의 윤현수 박사, 김계성 박사, 서울대수의대 이병천 교수, 한양대병원 박예수 교수 등 분자생물학자들의 역할도 컸다. 이밖에도 서울대 신경외과 백선하, 강남성모병원 전신수, 서울대 왕규창 학장 등의 도움도 크게 받았다. --줄기세포 연구비는 어느 정도 소요되나. ▲(박기영 보좌관이 답변) 황 교수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은 연구비로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와 관련해 실험에 쓰인 연구비는 작년에 15억원, 올해 20억원 정도다. 워낙 시설이 취약하기 때문에 연구동 건립하는 비용, 동물 사육 시설 인프라 비용에만 245억원이 들어간다. 기존에 있는 연구비 잘라 쓰는 게 아니라 새로 마련한 것이다. 순수 연구비는 20억원 정도면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연구하는 수준의 100분의 1에 해당할 것이다. 20억원에는 국내외 20개 연구팀을 전부 전부 운용하는 비용인데 소연구, 장기이식용 돼지연구가 포함돼 있어 실제 줄기세포 연구에 투입된 것은 10분의 1정도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bio@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