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14일 오전 남북관계 정상화 차원에서 당국간 회담을 전격 제의해 오자 정부는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북측이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하려는 념원에서 북남 당국사이의 실무회담을 16∼17일 제의한다"는 전화통지문을 우리측에 전달함과 동시에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를 발표하자 관련 당국자들은 부랴부랴 사무실로 출근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특히 이날은 공무원들이 근무를 하지 않는 `쉬는 토요일'이라 관련 부처인 통일부 당국자들 역시 거의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북측이 최근 남북 당국간 물밑 채널을 통해 회담 재개 가능성을 타진해 왔기 때문에 우리측은 북한이 언제 회담을 공식 제의해 올 것인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터라 크게 당황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3월 비료지원 문제를 제기해오던 북측이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최근 들어 당국간 채널을 통해 회담 재개 문제를 조심스레 타진해왔다"고 말해 남북간 회담 재개에 대한 사전교감이 있었던 점을 시인했다. 이에 정동영(鄭東泳) 장관은 소식을 전해듣자 마자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으로 이 차관 등 회담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회담에 즉각 응하기로 하는 한편,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외교채널 등을 통해 미국 등 관련국들에게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서울 삼청동 회담사무국에서 정 장관 주재로 회담 대책을 숙의하는 등 본격적인 회담 대비체제에 돌입했다. 아울러 남북 판문점 연락관 접촉도 신속하게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의 공식 회담제의 직후 우리측이 회담대표를 차관급으로 역제의 해 합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인 것. 이 차관은 "회담에서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 등 포괄적인 문제를 다루고 오랫동안 중단된 회담을 재개하는 만큼 차관급이 되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우리가 북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회담 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만큼 남북 양측은 이날 오후에도 연락관 접촉을 계속 이어 나가기로 했다. 사무실을 오가며 회담 대책마련에 분주하던 당국자들은 작년 7월 이후 10개월 동안 닫혀있는 남북 당국간 회담의 물꼬가 열리게 됐다며 상기된 모습이었다. 특히 북핵 문제가 해결 가닥을 잡느냐, 더욱 악화된 국면으로 치닫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현 시점에서 열리는 당국간 회담이 북핵 상황에도 일정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북한의 남북당국간 회담 제의는 한미간 협의도 재촉했다. 6자회담의 한미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16일 회동이 예정됐음에도 이날 서울 모처에서 만나 남북 당국간 회담이 6자회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린다면 북핵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생각되며 여기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꼬여있는 북핵문제 해결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했다. 이 차관도 "6자회담 조기개최에 호응하도록 촉구해나갈 예정"이라며 중대국면에 처한 북핵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인상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