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세계 언론들은 위안화 절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연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중국의 대미 흑자 역시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양국간 무역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현상이 위안화의 대미 달러 고정환율제에 있다고 보고 이를 폐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접어든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거둔 무역흑자 규모는 3977억달러로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외환보유고 증가액 3891억달러와 거의 같은 규모이다. 이제 위안화가 언제,얼마만큼 절상되고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위안화 절상이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과연 위안화를 얼마만큼 절상해야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가 줄어들까? 이번 위안화 절상은 과거 70년대와 80년대에 있었던 일본 엔화나 독일 마르크화 절상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우선 중국과 미국간의 임금 격차가 대단히 커 대폭으로 위안화를 절상시켜도 미국이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기는 난망하다는 점이다. 30달러대에 생산하는 DVD와 무게를 kg으로 재서 수출하는 중국산 컬러 TV의 가격경쟁력을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또한 80년대 일본과 독일이 미국에서 대규모 흑자를 창출할 때 무역수지 흑자 창출 기업은 일본과 독일 기업이었으나, 지금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창출하고 있는 주도적 기업들은 중국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이다. 즉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 3만여개 현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저렴한 생산비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 후 미국으로 역수입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 미국 기업은 위안화가 웬만큼 절상됐다고 중국의 생산라인을 동남아 등지로 옮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쉽사리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축소되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잘못 처리하면 가뜩이나 유가 인상으로 오름세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 소비자 물가만 인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편 위안화가 6% 이상 절상될 시에는 현재 7.8달러에 고정되어 있는 홍콩의 페그제를 위협한다. 홍콩 경제의 불안과 금융시장 위축은 중국은 물론 아시아 경제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체제전환 중인 중국의 외환시장은 정부 정책시장이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폭은 공식적이든 암묵적이든 당사자인 중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협상에 의해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위안화 절상에 의한 효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은 한두 차례의 급격한 변동보다는 당시 경제적 여건을 감안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장 한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1985년 플라자 합의가 일본과 독일의 장기 경기침체의 계기로 작용했던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지금 시작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간 환율 전쟁이 장기적으로는 우리 수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우리의 대중 수출(홍콩 포함) 비중이 27%를 넘어섰고 이 중에서도 70% 정도가 중국의 수출용 원부자재,특히 미국시장 수출용임을 감안하면 미·중 환율전쟁에 우리 수출이 과도하게 노출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환율전쟁에 대비해 우리가 해야 할 시급한 일은 수출시장 다변화이다. 유로화 강세와 오일 달러로 수입 여력이 좋아진 유럽 러시아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 강화에 힘을 모으고 위안화 절상 이후 미국의 중국 대체 파트너로 부상이 예상되는 인도 동남아 멕시코에 대한 경제협력 강화 전략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