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기본적인 건 설명해 주셔야죠." "전 그냥 여기 있는 내용을 읽어 드리러 왔을 뿐인데."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난 4일 오후 6시. 과천청사 브리핑실에 들어선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꽁무니 빼기에만 급급했다. 이날 대책의 핵심은 1가구2주택자도 현재 살지 않는 집을 팔 경우엔 내년부터 '기준시가'가 아닌 '실거래가격'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 국민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사항인 만큼 상세한 설명이 필수적이었다. 조세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생각이 있었다면 오히려 정부 관계자가 기자들을 하나하나 붙들고 이해를 시켜도 부족할 판이었다. 그러나 전국에 1가구2주택자가 얼마나 있는지,몇 년이나 살면 거주한 걸로 인정해줄 방침인지 등 핵심적인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매번 '모르쇠'로 일관했다. 설마 그런 기본적인 데이터나 계획도 없이 정책을 추진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당장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세세한 자료는 상의해 보고 내일 주겠다"는 것이었다. "말이 되느냐"는 기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청와대에서 결정된 일이라 따로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자료를 대독(代讀)하러 나왔을 뿐"이라는 황당한 대답까지 나왔다. 그나마 이 같은 브리핑도 기자들 입장에서는 겨우 얻어낸 성과였다. 재경부는 당초 이날 청와대에서 부동산정책을 다루는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비밀에 부쳤다. 청와대 행사는 사안의 경중을 떠나 늘 그런 식이다. 출입기자들의 원성이 빗발치자 오후 6시께 자료를 배포한 뒤 브리핑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약속된 시간에는 "보도자료만 내고 브리핑은 생략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만 전해졌다. 결국 재경부 담당자가 브리핑실로 끌려(?) 오긴 했지만 애초부터 성의있는 답변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국민의 궁금증보다는 청와대의 심기를 헤아리는 게 더 중요했을까. 이젠 브리핑 열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모양이다. 안재석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