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범 <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 1960년대 우리나라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다. 이스라엘 전문가를 초빙해 자문했더니 가뭄에도 불구,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는 답해 줄 것이 없다며 그냥 돌아갔다는 일화가 있다. 이스라엘은 갈릴리 호수에서 사막까지 물을 끌어와 농작물 하나하나에 물을 주는 점적관수를 설치하는 데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다. 이 결과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의 2.7%에 불과한 농민이 국민 식량의 95%를 책임지고 있으며,연간 12억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농촌에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60세 이상 노인이 농촌 인구의 57%에 이르고 병원과 학교 수준이 도회지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 우리 농촌은 희망이 없는 것일까? 도회지 사람의 58%가 은퇴 후 농촌에서 살기를 원하며,국민의 78%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쌀을 포함한 우리 농산물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주5일 근무제 확산에 따라 5일은 도시에서,2일은 농촌에서 보내겠다는 도시민이 70% 이상이며,팜스테이 등 농촌체험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정부도 논농사 직불제,친환경 직불제 등 농촌을 위한 정책 개발에 나서고 있다. 농민들도 친환경 농사로 값싼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우리 농촌은 도시민에게 중요한 생활문화 공간으로 거듭나 해마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농촌 경관과 친환경 토종 농산물은 앞으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상품이 될 것이다. 정부는 소농과 고령농가 지원을 농업정책의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올해부터 향후 10년동안 1백19조원을 농촌에 투입한다고 한다. 정부는 농업을 지속 가능한 생명산업으로 육성하고 도·농 간 균형발전으로 살기 좋은 농촌,살고 싶은 농촌을 구현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우리 농촌을 살려내야만 한다. 농업은 4천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산업이다. 농업이 파괴되면 우리의 생명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소수의 외국 농산물 취급 기업에 위탁하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식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안보이고 생명 그 자체다. 우리 농업도 세계화에 대비해 치밀하게 하나하나 착실히 준비하고 대응해 나가면 머지않아 농촌에서도 아기 울음소리와 농민의 환한 웃음소리가 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