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투자증권을 하나은행에 매각키로 확정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큰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투신(投信)구조조정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를 계기로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투신구조조정 작업이 매듭지어진 것은 투입된 공적 자금만도 10조원을 상회할 정도로 나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온 걸림돌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 또한 3대 투신(한투 대투 현투)이 모두 주인을 찾음으로써 새 출발을 위한 여건이 구축됐을 뿐 아니라 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고 M&A(기업인수합병)를 활성화시키는 등 금융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영향도 대단히 클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투신 매각은 금융 구조조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할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금융산업,특히 그 중에서도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의 구조조정은 시급하기 짝이 없다. 은행업계의 경우는 몇 차례 대형 M&A가 성사되면서 어느 정도 정리된 것이 사실이지만 증권업계만은 아직도 40여개 업체가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난립해 구조조정에 전혀 진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더욱이 이들 업체는 위탁수수료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경영에 매달리며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일삼고 있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특히 압도적 경쟁력을 지닌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국내 IB(투자은행)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더욱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계는 전문인력,자금력,글로벌 네크워크 등에서 크게 앞설 뿐 아니라 국내업체들과는 달리 투자은행 업무를 주수입원으로 할 정도로 노하우도 축적돼 있다. 자칫하면 IB시장을 전부 외국계에 내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물론 우리 정부도 투자은행 육성 방침을 천명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이런 계획이 공염불에 그치게 될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때문에 우선은 대형업체가 군소업체를 흡수합병하거나 중소형사들끼리의 통합 등 활발한 M&A를 통해 규모의 대형화를 이뤄내는 동시에 분야별 전문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로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정부는 증권사 업무영역 확대 등 투자은행 활성화 계획을 차질없이 실행에 옮기고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등 증권사들의 수익원 다변화를 위한 정지작업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