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다시 반일(反日) 시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학생들이 5·4운동 기념일에 맞춰 시위를 기획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엄격하게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더 이상 학생들의 '일본 공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왜 더 이상 학생시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솽훠처터우(雙火車頭ㆍ두 기관차 선도)'라는 말에서 그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아시아 경제발전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옌싱(雁行ㆍ기러기 비행) 모델'이다. 일본을 선두로 한국 싱가포르 등 신흥공업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 베트남 중국 등이 뒤따르는 형태였다. 그러나 기러기비행 모델은 90년대에 깨지고 만다. 길잡이 일본경제가 10여년 이상 침체에 빠져들면서 대열이 흐트러진 것이다. 반면 가장 뒤에 날던 기러기 중국은 이제 선두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솽훠처터우'라고 표현한다. 중국은 이미 일본과 함께 아시아경제를 이끄는 기관차로 성장했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의 진시더(金熙德) 교수는 "앞으로 10~15년 동안 솽훠처터우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과 일본은 치열한 경제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일 갈등도 그 과정의 부산물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중국이 해야 할 일로 '경제발전'을 제시했다. 일본과의 경쟁에서 아시아 주도권을 쥐는 길은 경제력을 키우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화적인 경제발전 분위기가 필요하고 일본과의 합작도 중요하다는 게 진 교수의 생각이다. 중국이 서방의 비난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상을 거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금 10~15년 후 아시아 '단훠처터우(單火車頭ㆍ단일 기관차 선두)'체제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선두기관차는 중국이다. 그 시기를 위해 중국은 지금 일본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자존심을 죽이고 서방의 절상압력에도 버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렇게 10년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