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내려 앉았다. 미국 석유 재고량 확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증산 가능성이 유가 하락을 도왔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달 29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6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2.05달러(4%) 급락한 배럴당 49.72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18일(49.01달러)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지난 한 주 동안 WTI 가격은 10%나 떨어졌다. 런던 국제석유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6월 인도분도 전날대비 1.39달러(2.7%) 내려 배럴당 51.09달러에서 마감됐다. 이날 유가 급락은 OPEC이 올 여름 석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추가 증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앞서 OPEC은 지난 3월 총회에서 하루 생산쿼터를 2천7백50만배럴로 50만배럴 늘렸으며,필요할 경우 이르면 이달부터 50만배럴을 추가 증산키로 결정했었다. 시장조사 회사인 페트로로지스틱스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OPEC의 하루 평균 산유량은 3천40만배럴로 전달보다 70만배럴 증가했다"며 "OPEC 회원국들이 사실상 산유량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재고량 확대도 석유 공급부족 우려를 완화시켜 주고 있다. 미국의 석유 재고량은 최근 3억2천4백40만배럴로 급증,2002년 5월 이후 최대치로 불어났다.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최근 11주 동안 연속 10차례나 증가세를 나타냈다. '고유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도 유가 하락세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집권 2기 첫 기자회견에서 "원자력 발전소 증설 등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