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jckim@bok.or.kr >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제임스 스톡데일 장군은 8년동안 하노이 힐튼 포로 수용소에 갇혀 있었다. 혹독한 고문과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으로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어려웠다. 이렇게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석방 후 인터뷰에서 그는 "생존할 수 있을 것이란 확고한 믿음과 막연한 낙관을 버리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한 것이 원동력이었다"며 "믿음이 없거나 지나치게 낙관한 포로들은 하나씩 죽어갔다"고 말했다. 이는 짐 콜린스가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표현으로 소개한 내용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기업의 CEO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 동시에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을 직시한다. 우리 경제를 보면 이말이 실감난다. 7년 전 우리는 혹독한 위기를 겪었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고 결국 해냈다. 그러나 성공에 대한 자축이 끝나기도 전에 카드대란과 가계부채 급증,신용불량자 양산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다시 불황을 맞았다. 지나친 낙관의 비용을 크게 지불했다. 10년도 안되는 기간에 두 번이나 큰 실수를 했다. 이제는 10년 후,20년 후를 내다보고 대비해야 한다. 세계경제전망 전문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BRICs(브라질·러시아·중국·인도)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8%에서 19%로 늘어나고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위상은 현재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비용-저효율 구조,인구의 급속한 고령화,경직된 노동시장 등 우리 경제가 지니고 있는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잘되겠지'라고 막연히 낙관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하자. 이와 함께 성공에 대한 믿음도 갖자. 우리 국민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에서 IT 강국이 되었고 조선 반도체 이동통신 자동차 PDP LCD에서 세계 으뜸을 자랑하는 국가가 됐다. 미래는 준비하기에 달려 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후손에게 존경받는 선조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