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4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즉위 미사를 갖고 제265대 교황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과 주변 도로에는 1978년 10월22일 요한 바오로 2세 즉위 미사 이후 26년여만에 거행된 교황 즉위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약 50만명이 운집했다. 이날 즉위 행사는 베네딕토 16세가 성베드로 성당 지하에 있는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묘소에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황금색 성직복을 입고 주교장(主敎杖)을 짚은 베네딕토 16세는 미사 시작 한시간 후 붉은색 십자가를 수놓은 하얀색 양털로 된 영대(領帶)와 성 베드로가 고기잡이 하는 모습을 새긴 어부의 반지(페스카토리오) 등 11억 가톨릭을 이끄는 교황권을 상징하는 물품들을 받는 의식을 치렀다. 콘클라베 직후 베네딕토 16세의 선출 사실을 전세계에 알렸던 칠레의 호르헤 아르투로 메디나 에스테베스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의 어깨에 영대를 두르고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고행을 상징하는 3개의 황금핀으로 고정시키는 영대 수여식을 주관했으며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도 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어 교황청 국무장관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이 어부의 반지가 담긴 쟁반을 건네자 베네딕토 16세는 오른손에 반지를 낀 뒤 신자들을 향해 양손을 흔들었고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12명이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반지에 입을 맞췄다. 베네딕토 16세는 이어 이탈리아어로 행한 강론을 통해 "한 무리의 양떼에는 한명의 목자가 있어야한다"고 지적하며 "주님의 나약한 종복"인 자신이 엄청난 과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자나 비신자, 유대인들도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선출 후 처음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론에서 그는 "나의 통치 계획은 나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고 내 생각을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교회와 함께 주님의 말씀과 의지를 듣고 주님에 의해 인도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님이 역사적인 이 시간들속에서 교회를 인도하실 것"이라고 밝혀 가톨릭의 정통성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78년 즉위 미사에서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을 향해 문을 열어라"라고 말했던 강론을 상기시키며 신자들에게 "주님을 두려워하지마라", "주님에게 문을 열어라. 그러면 진정한 삶을 찾을 것이다"라고 강론을 끝맺었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천국에서 성인들 틈에서 편히 쉬고 있다고 말했으나 요한 바오로 2세를 시성하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네딕토 16세는 3시간 가까이 계속된 즉위 미사가 끝난 후 무개차를 타고 성 베드로 광장을 돌며 열광하는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교황은 이날 즉위 미사 후 로마의 대주교로서 성 요한 라테란 대성당을 자신의 성당으로 두게 됐다. 이날 미사에는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에서 약 10만명의 신자들이 참석했고 36개국 정상을 비롯해 140개국에서 사절단을 파견해 새 교황 즉위를 축하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 장 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모나코 알베르 2세 왕세자,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부처, 젭 부시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교황의 형인 게오르크 라칭거(81)도 귀빈으로 초대됐으며 종교계에서는 영국 성공회 수장인 로원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가 참석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이날 즉위 미사를 맞아 경찰과 민간 경비인력 수천명을 추가 배치, 혼잡에 따른 불상사에 대비했으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공중조기경보기도 동원돼 로마와 바티칸 상공을 엄호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로마 상공 반경 8㎞ 범위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고 로마 제2공항인 참피노 공항도 23일 낮부터 24일 오후까지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됐다. (바티칸시티 AFP=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