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가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가 윤리경영이다. 경제 뉴스의 단골 메뉴도 비윤리적 행위로 조사받는 기업들이다. 엔론,월드컴,씨티그룹,AIG 등 많은 기업들의 부당 행위가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런 뉴스를 타는 기업들은 거의 예외없이 주가가 하락한다. 주말판 신문이나 TV를 보면 어떤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조언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빠지지 않는 게 '비윤리적 기업을 외면하라'는 권고다. 얼마 전 뉴욕에 있는 기업지배구조 평가기관인 거버넌스메트릭스 인터내셔널에서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흥미롭다. 세계 3천2백20개 기업의 지배구조를 점수화한 결과 1%가 10점 만점을 받았는데 이들 기업의 주가는 과거 5년간 연평균 15.6% 올랐다는 것이다. 이 기간 중 S&P 500지수는 연평균 1% 떨어졌으니 건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은 주가 상승으로 보상받은 셈이다. 와튼 스쿨의 앤드루 메트릭 교수와 하버드 대학의 폴 곰퍼스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이들은 1990년 9월부터 99년 12월까지 1천5백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주주 권리를 중시하는 기업일수록 판매증가율이나 수익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반면 윤리에 문제가 있었던 기업은 주가도 떨어졌다. 일본과 유럽에서 부당 행위로 지탄받은 씨티그룹의 주가는 최근 1년간 12% 떨어졌다. 가격 조작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보험회사 마시 앤드 매클레낸 주가도 1년 남짓한 기간에 36% 급락했다. 최근 문제가 돼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야 했던 AIG도 올 들어서만 주가가 21% 하락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은 기업의 수익성이다. 주가 대비 순이익이나 순이익 증가율 등이 가장 큰 변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이 최근 투자 조언으로 싣는 기사의 제목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윤리를 실천해서 명예를 쌓아가는 기업에 눈길을 두라고 강조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