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3시께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 쇼' 공연단이 관리하던 ㈜코끼리월드 소속 코끼리 6마리가 탈출, 인근 지역에서 4시간여간 대소동이 벌어졌다.


탈출한 코끼리 중 1마리는 사고 직후 인근 동부경찰서 근처에서 붙잡혀 경찰서에 인치됐으며 1마리는 워커힐호텔 정수장 근처를 배회하다 붙잡혀 오후 5시 10분께 어린이대공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나머지 3마리는 음식점에 들어가 집기를 부쉈고 1마리는 인근 주택가 골목길에서 난동을 부리다 가정집 안까지 침입, 정원을 짓밟았다.


천호대로 등 인근 도로는 코끼리 탈출과 포획 시도에 따른 교통 통제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으며 일부 지역은 코끼리의 배설물로 심한 악취가 풍겨 근처를 지나던 보행자들과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과 소방서는 조련사들이 코끼리를 달래 유인토록 한 뒤 목이나 다리를 묶고 수십명이 끌어당겨 철제 우리에 가두는 방식으로 이들을 포획, 어린이대공원으로 되돌려 보내 오후 8시께 상황을 수습했다.


◆탈출 순간 = 탈출 사고는 이날 오후 3시3분께 지난 16일부터 어린이대공원에서 매일 5차례 진행해오던 `코끼리 쇼' 공연을 앞두고 조련사들이 코끼리들에 연습 겸 산책을 시키고 있던 도중 발생했다.


매표원 이혜원(35·여)씨는 "코끼리가 나가는 것을 보긴 했으나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퍼레이드를 벌이는 경우가 많아 그 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끼리 쇼 공연장 옆 성서체험장에서 표를 팔던 최신순(20)씨는 "코끼리 등에 타고 있던 조련사 2명은 코끼리 엉덩이를 때리면서 속도를 늦추려고 시도했으나 막지 못했으며 다른 조련사들은 뒤를 따라갔다"고 말했다.


코끼리 쇼 공연장은 어린이대공원 정문 옆 제2수영장 부지 1천600평에 950석 규모로 조성된 곳으로, 16일부터 매일 5차례 코끼리 9마리, 라오스 민속무용단 10명, 조련사 15명으로 구성된 공연팀이 공연을 벌여왔다.


◆인근 음식점에 난입 = 탈출한 코끼리 중 3마리는 인근 지역을 활보하다 소재가 파악돼 조련사들이 데려오던 중 근처 삼겹살 구이집에 난입해 에어컨과 탁자를 부수는 등 소동을 벌여 30여평의 가게 내부가 아수라장이 됐다.


음식점에서 일하던 최모(48ㆍ여)씨는 "코끼리가 우리 음식점으로 들어오기에 너무 무서워서 방석을 넣어 두는 옷장 안에 숨었다가 코끼리들이 탁자를 들이받는 등 난폭한 행동을 벌이는 틈에 몰래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 음식점 주인 금모(43ㆍ여)씨는 "전화 통화를 하던 도중 길 건너편에서 코끼리가 건너오는 것을 보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어리둥절해 하며 나가 봤다.


구경하러 길가로 나갔는데 설마 우리 가게에 들어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코끼리가 식당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과 소방서가 출동, 4층 건물에 있던 사람들 전원이 대피했으며 경찰관 40명, 소방관 80명, 구급차 3대, 소방차 9대와 포획용 우리를 실은 차량 3대가 코끼리 포획 작전에 동원됐다.


차량 경적 소리 등으로 코끼리들의 흥분 상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마련된 마취제도 소형 동물용이어서 포획에 어려움을 겪자 경찰은 한때 사살을 검토하고 총기무장 병력을 동원하기도 했다.


조련사들은 코끼리를 달래서 식당 문 앞에 놓인 우리 입구까지 유인하고 줄을 목에 묶은 뒤 코끼리 1마리당 소방수 등 20여명이 달라붙어 줄을 잡아당기는 방식으로 오후 7시 1분, 16분, 26분에 이들을 차례로 우리에 가뒀다.


◆시민 부상, 가정집 침입 = 코끼리 1마리는 광진구 경복초등학교 근처 골목길로 난입, 세들어 사는 집 주변에서 집주인과 얘기 중이던 시민 노인순(52ㆍ여)씨를 들이받았다.


들이받힌 노씨는 근처 주택 철문에 부딪혀 뒷머리가 찢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노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집주인 이혜자(64)씨는 "수도요금 고지서가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언덕 쪽에서 코끼리가 다가왔다"며 "갑자기 코끼리가 코로 노씨를 들이밀어 노씨는 넘어졌고 나는 너무 무서워 달아났다"고 말했다.


이 코끼리는 인근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대문 등을 마구 부수고 낮은 담을 넘나드는 등 소동을 벌이다 광진구 구의2동 서수원(67)씨 집 정원에 들어갔다가 경찰 및 소방서와 대치 끝에 붙잡혔다.


서씨의 부인 김인순(68)씨는 "외출하고 돌아와 주차하려는데 아들로부터 `옆집에 들어왔던 코끼리가 낮은 담을 넘어 우리 집 정원으로 들어왔으니 집에 들어오지 말라'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전했다.


서씨의 아들 서동환(35)씨는 코끼리가 정원에서 난동을 벌이는 동안 이 집 2층에 갇혀 있었으며 소방서 직원들과 조련사들은 코끼리의 다리를 쇠사슬로 묶은 뒤 오후 7시께 우리에 가뒀다.


◆코끼리 공연단, 재작년에도 탈출소동 = 문제의 코끼리들을 관리해 온 ㈜코끼리월드는 인천 송도유원지에서 비슷한 쇼를 공연한 적이 있으며, 이 회사 소속 코끼리 중 2마리는 2003년 10월 송도유원지에서 탈주해 약 1시간 30분간 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탈주한 코끼리가 이번에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주한 코끼리와 동일한 동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동을 벌인 코끼리들은 라오스산 3~7년생으로 몸무게는 1.5t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끼리들 왜 탈출했나 =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의 한 관계자는 자세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확언할 수는 없다며 "훈련받은 동물들이기 때문에 아무런 이유 없이 탈출하거나 난동을 부리지는 않았을 것이며 뭔가에 깜짝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인천 송도유원지처럼 넓은 곳에서 공연하던 동물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느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