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와 맞물린 한반도정세의 유동성이 커짐에 따라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에도 긴장기류가 감돌고 있다. 청와대는 20일 미국의 안보리 회부 경고에 이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의 방북설 등 북핵 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 참가국들의 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일단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이 언급한 북핵 안보리 회부 방안에 대해 "과거부터 나온 얘기"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후 주석의 방북설에 대해서는 "사실이라면 6자회담 재개의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하는 등 온도차를 드러냈다. 외교안보 라인의 이같은 반응은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기조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앞서 독일과 터키 순방에서 기회있을 때마다 "북핵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메시지를 반영하듯 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후 주석의 방북설과 관련, "사실이라면 좋은 징후"라고 단언했다. 그는 "사전에 긍정적인 징후와 전망이 없다면 후 주석이 북한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방북설이 사실이라면 북한에서 좀 전향적으로 6자회담에 나올려는 징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봐도 별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부에서는 후 주석의 방북이 내달초로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NSC 핵심관계자는 "최근 북한 박봉주 내각총리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 방문에서 6자회담 복귀에 관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중 수뇌가 곧 만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반면 NSC와 외교부는 미국이 제기한 대북 안보리 회부 내지 경제제재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의 `무반응'에 가까운 태도를 견지했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한 희망을 갖고 한국과 중국이 끈질긴 외교노력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고위 당국자는 "옛날에도 미국이 그런 소리를 많이 했다. 쉽게 말하면 엄포를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6월 위기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시한을 정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특히 "구체적으로 (제재) 조치를 할려면 회담 참가국간에 `이제 안되겠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다'는 공감대 속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데 아직 협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사전 협의없이 앞서 나간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동북아균형자론에 이어 최근 노 대통령의 `친미적 사고' 발언을 계기로 불거진 한미동맹 논란도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 전날 조기숙(趙己淑) 청와대 홍보수석에 이어 이날엔 고위 당국자가 `부부론'을 들어 "균열이 갔다"는 일부 관측을 일축하고 나섰다. 이 당국자는 "부부싸움 한번 했다고 이혼한다고 하면 곤란하다"며 "비록 실무선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적이 있지만 동맹이란 큰 틀 안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지간에도 의견이 틀리면 다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천리를 끊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한미동맹이라는 것도 이러한 전제를 깔고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