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일시위 과정에서 일본 외교공관 등에 피해가 발생한데 대해 사과하라는 일본의 요구를 거부한데 대해 일본 조야는 18일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과의 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사과와 배상을) 왜 못하겠다는 거냐고 2번, 3번 말했는데도 (중국측은) 근본문제는 역사라고 버텼다"며 "유감스런 반응"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마치무라 외상은 3주 연속 일본 대사관 등에 대한 파괴활동과 일본인에 대한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심히 우려할만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리자오싱 부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참배와 교과서 검정문제, 유럽연합(EU)의 대중(對中)무기금수해제에 대한 일본의 반대, 미ㆍ일 공동전략목표에 대만해협 문제를 포함시킨 사실 등을 열거하며 일본측을 비판했다. 양국 외상은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키로 하고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장급 협의를 내달중 개최키로 합의했으나 반일시위문제는 상호 비난전으로 끝났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애초부터 할말을 하되 대화를 계속한다는 것만 확인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해 회담결과가 예상범위내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일본 언론은 중국이 사과를 거부하고 강경자세를 허물지 않은 것은 대일(對日)저자세 외교에 대한 국내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과 정부내 대중 강경파들은 17일 거친 대중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18일 마이니치(每日)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은 17일 센다이(仙臺)시에서 가진 가두연설에서 중국의 반일시위에 대해 "중국은 올림픽과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과연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냉정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신용이 실추될 것"이라며 이렇게 경고했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도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위대가) 페트병과 돌을 준비하는 것을 경찰이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중국은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꼬았다.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고모리(古森) 산케이신문 편집위원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후쿠오카(福岡)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중국은 피해자로 행세함으로써 패권국가임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모리씨는 역사관과 관련, 중국의 교과서를 예로 들어 이렇게 말하고 "중국의 가치관은 국제적으로 이상한 것이며 우리는 본래의 가치관을 허물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마이니치(每日)는 18일 중국 총국장의 기명 칼럼을 게재하고 수교 30수년만에 양국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면서 쌍방의 국익추구에 내셔널리즘 고양이 더해지면 마찰과 충격에 불이 붙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치무라 일본 외상의 방문에 맞춘 듯한 폭력행위는 이미 대일카드의 효용을 크게 넘어 중국 지도부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면서 일본에서는 중국의 반일운동이 장쩌민(江澤民)시대에 양성된 애국주의교육에 원인이 있다는 견해가 많은 만큼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으면 서로의 전체 모습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상호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니치는 사설에서 야스쿠니 참배문제와 교과서 검정문제, 동중국해 가스전개발문제 등 양국간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사태수습은 정상간 솔직한 대화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사설에서 일본측이 제의한 고이즈미 총리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간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면서 서로 겉으로 내세워야 할 이야기도 나누되 최고지도자만이 할 수 있는 흉금을 터놓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면에 게재한 칼럼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는 A급 전범도 "일반 영령과 구분하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설명을 하면서 참배를 계속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에게도 양국관계 타개에 중대한 책임이 있지만 중국도 과격한 반일행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요미우리(讀賣)는 "관계개선의 책임은 중국에 있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중국이 일본의 피해보상과 사과요구를 거부한 것은 반일운동이 정부비판으로 돌아서는 것을 막으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도통신은 중국 정부 스스로가 반일운동에 이해를 표시한데는 국내사정이 작용했지만 거꾸로 `애국무죄(愛國無罪)'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말이냐는 일본측의 추궁을 자초하는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중국정부가 애국무죄에 이해를 표시하는 바람에 시위대도 애국주의를 표방하면 정부가 무르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시위대의 폭력행동이 계속되고 당국이 그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면 야스쿠니참배와 교과서 문제가 중국 인민의 감정에 상처를 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일게된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각지에서 반일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지방 주요 도시에 거점을 두고 있는 반일단체 지부들이 `애국심'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국인들에게 반일은 애국과 표리일체라는 인식이 팽배해 "시위에 참가하지 않으면 나만 애국심이 약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있다면서 이런 강박관념이 시위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