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G7이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회의론이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로이터는 G7 재무회담이 유가와 환율, 그리고 금리 등 핵심 경제현안을 다룰 것이기는 하나 중국을 비롯해 이들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급성장 국가들이 참석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분석을 내놨다. 더욱이 중국은 G7 회담에 연이어 역시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재정부장과 인민은행총재가 불참한다고 밝혀 G7을 더욱 맥빠지게했다. 중국의 불참은 갈수록 G7의 `맏형' 노릇이 힘들어지는 미국에 또다른 충격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른바 `조용한 환율외교'가 먹혀들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미 의회에서 환율보복 입법 움직임이 노골화되는 시점에서 중국이 한방 먹였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소재 인터내셔널 텍스타일 그룹의 위버 로스 회장은 블룸버그에 "부시 행정부의 `조용한 외교'가 실패했다"면서 "우리는 시장을 개방하고 있으며 환율도 조작하지 않는다"고 중국을 맹공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도 블룸버그에 중국 경제가 "좁은 방에 사는 600파운드 무게의 고릴라"라고 표현하면서 "중국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보호주의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존 테일러 미 재무차관은 블룸버그에 "외교가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중국이 환제도 개선을 위해 기술적으로 준비된 상태"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중국이 환제도를 고수할 경우 모든 중국 제품에 평균 27.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는 입법이 미 의회에서 본격 추진될 움직임이다. 미 재계도 적극 지지하고 있음이 물론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5일자에서 중국이 이번 IMF-세계은행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계기로 위안화 평가절상이 최악의 경우 2년 후나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일각에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조기절상 기대가 물건너갔다는 것이다. 저널은 중국이 환제도를 바꾸기로 결정할 경우 `단칼'에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찔끔찔끔 환율 변동폭을 확대할 경우 오히려 환투기만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G7 회담에서는 재정적자와 금리 문제도 비중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재정적자의 경우 유럽과 일본이 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내수촉진 여력이 달리기 때문에 결국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에 현실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이 단기 금리를 계속 올리고는 있으나 여전히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과소비'가 여전하다는 비판도 G7에서 나올 전망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에서조차 "수수께끼"라는 표현이 나온 장기금리의 상대적 저수준 역시 G7이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갖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번 회동에서 내부적으로 고민할지는 모르지만 코뮈니케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아르헨티나의 채무상환 조정과 관련해 채권단과 잘 협상하라는 권고를 G7이 할지 모르나 아르헨티나가 전례없이 IMF에 `제목소리'를 내고 있어 먹혀들지가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가난한 나라에 대해 빚을 탕감하는 문제를 놓고도 내부 조율이 어렵다. 올해의 순회 의장국인 영국은 완전히 빚을 탕감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미국 등은 반대한다. 빚탕감 재원 마련을 위해 IMF 보유금을 팔자는 얘기도 논란이 계속돼왔다. 유가 문제도 골칫거리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이번에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산유권이 수급을 원활하게 할 책임이 있다는 점과 석유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라는 이전의 말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는 G7 코뮈니케에 "개도권의 석유 소비가 늘어났다"는 점이 추가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또 고유가 시대를 감안해 대체 에너지 개발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이 추가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G7이 명실상부한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정회원으로 맞아들여야할지를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환율도 그렇고 석유 수급도 그렇고 중국을 배제한 상황에서 무슨 얘기를 해도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번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위안절상 압력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인 동시에 G7에 `정식 데뷔'하겠다는 의향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앞서 두차례 G7 회동에 게스트로 참석한 바 있다. G7이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상황에서 과연 `자존심'과 `실리'를 어떻게 절충할지를 이번 워싱턴 회동을 통해 가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