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국내 복귀를 위한 분위기 전환 수순인가?" 국내외에서 김 전 회장의 국내 복귀설 및 재기설을 뒷받침하는 상황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에선 김 전 회장 가족의 재산과 관련된 우호적인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1부는 14일 김 전 회장이 딸 선정씨(39)에게 준 주식은 은닉재산이 아니라 증여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산관리공사가 선정씨를 상대로 낸 이수화학 주식 22만5천3백88주 등에 대한 소유권 확인소송에서 지난 1998년 말 김 전 회장과 선정씨가 주식 증여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듬해 3월 선정씨가 증여세 8억원을 납부한 사실로 볼 때 주식양도는 명의신탁이 아니라 증여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고법 민사21부도 지난달 19일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을 지킬 수 있는 판결을 내렸다. 자산관리공사는 이 골프장의 실질 소유주가 김 전 회장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씨가 정당한 주식거래를 통해 소유권을 확보했다고 판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판결"이라며 "김 전 회장 입장에서는 현 정부가 자신에 대해 적어도 적대적이지는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차남 선협씨(36)도 본격적으로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어머니인 정씨 소유의 아도니스골프장 사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만에 2백만여평 규모의 복합 테마레저타운 '포천 아도니스랜드' 건설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에는 2~3곳의 골프장이 추가 건설되고 미술관 연수원 놀이공원 수영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선협씨의 경영 입문과 관련,"국가경제에 중대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인식돼 있는 김 전 회장의 2세가 당당하게 경영일선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분위기가 크게 변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의 김 전 회장 행보도 국내 복귀설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지난 9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과감하게(?) 신분을 노출한 사실을 두고 재계 일부에서는 국내 복귀를 위한 '여론 떠보기용'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베트남 남부지역 최대도시인 호찌민 중심가에 위치한 특급호텔 까라벨호텔 로비에서 교민에 의해 목격됐다. 뿐만 아니라 예약란에 자신의 실명을 사용하고 참고란에는 대우를 표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철저하게 신분을 숨긴 채 암행(暗行)을 거듭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옛 대우그룹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국내 복귀는 현재로서는 지나친 추측일 뿐"이라면서 "그러나 일반인 입장에서는 최근 일어난 일련의 상황이 김 전 회장의 복귀프로그램에 따른 수순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정인설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