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미국)가크리스 디마르코(미국)에 1타 차로 쫓기고 있던 16번홀(파3.170야드). 우즈는 연장 첫번째 홀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지만 앞서 환상의 칩인 버디를 성공시킨 16번홀이야 말로 승부처다운 상황이 연출됐다. `레드버드'라는 애칭이 붙은 이 홀에서 12언더파를 달리고 있던 디마르코는 티샷을 그린에 올려 약 3ｍ 거리의 버디 기회를 잡았으나 13언더파였던 우즈는 그린과12ｍ나 떨어진 왼쪽 러프로 떨어지고 말았다. 우즈는 파세이브 조차 쉽지 않은 상황. 디마르코가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면 경기가 뒤집힐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가찾아온 것이다. 급격한 경사를 이루는 그린을 신중하게 노려보던 우즈는 회심의 칩샷을 그린에떨어뜨렸다. 볼은 홀 왼쪽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우즈의 샷은 그린의 경사를 머릿속에완벽히 새겨 넣은 계산된 샷이었다. 강력한 스핀이 걸린 볼은 그린에 맞은 뒤 조금 구르다 경사를 타고 마치 낫 모양으로 꺾어지면서 방향을 서서히 홀 쪽으로 틀기 시작했다. 홀에 거의 다다른 볼을 보고 갤러리는 환호했고, 우즈도 마치 `파는 세이브할수있겠다'는 안도감에 손을 들고 화답하며 그린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볼이 멈춘 게 아니었다. 우즈도 이를 직감하고 다시 쪼그리고 앉아움직임을 지켜봤다. 우즈의 염력의 통했을까. 약 8ｍ 가까이 굴러간 볼은 홀 가장자리에 약 2초간서 있다가 핀이 꼽혀있는 홀을 비집고 그대로 떨어졌다. 우즈는 퍼트를 한쪽 손에 치켜들고 한쪽 손은 주먹을 불끈 쥔 채 환호했고, 갤러리는 또 한번 탄성을 쏟아냈다. `신기의 칩샷'에 주눅이 든 디마르코의 버디퍼트는 홀을 외면하고 말았다. 우즈는 16번홀 버디샷에 대해 "내 생애 최고의 샷중 하나다"면서 "디마르코가버디를 할수 있었고, 나는 보기 위기였지만 그러한 상황을 반전시킨 엄청한 샷이었다"고 회고했다. 디마르코는 "항상 예상밖의 일을 생각해야 하지만, 우즈가 그 샷을 성공시킬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우즈는 흥분이 다소 지나친 탓인지 17번,18번홀 티샷이 흔들리며 연속 보기를범해 2타를 잃었고, 디마르코는 파를 지켜내 연장에 돌입했으나 특유의 승부 근성으로 첫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대회 4번째 우승과 함께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다. 승부는 연장홀에서 갈렸지만 `레드버드' 16번홀의 칩인 버디는 우즈의 11년 마스터스 출전 사상 잊지 못할 극적인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