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천호동에 사는 회사원 김상진(34)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주식투자 경력 5년째지만 지금 주식을 사야할지,좀더 기다려야할지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를 접고 소폭이나마 '사자'로 돌아서고 기관도 재차 매수를 강화하면서 증시가 이달들어 조금씩 오르는 것을 보면 분명 주식을 사야할 시점 같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고유가 등 증시를 억누르는 악재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김씨처럼 고민하는 투자자에게는 실적호전.고배당.자산가치를 두루 갖춘 '트리플 베스트' 종목이 제격이라고 말한다.


'지수보다는 종목을 보라'는 것이다.


이번주부터 1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 시작되면서 실적 호전주를 중심으로 한 종목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배당과 자산가치도 두루 갖춘 종목은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상대적으로 주가 낙폭이 작기 때문이다.



○박스권 장세 연출될듯


종합주가지수는 6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 8일 992.17에 마감됐다.


지난달 내내 지속됐던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3월결산을 마감한 증권 보험 투신 등 기관이 매수를 강화,증시를 반등시키고 있다.


지난달말 기록했던 950선이 강력한 지지선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조만간 1,000 시대에 재차 진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1,000선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3월 조정을 불러왔던 증시 악재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임세찬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동성 위축 우려를 불러왔던 미국의 금리인상이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는데다,국내 IT(정보기술)주의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어 주가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도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강세 기조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외국인이 다시 매도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오는 5월말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지수의 대만 비중 확대가 예정돼 있고,4월말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사주 매입 기회를 활용해 빠르면 이달 중순부터 외국인이 재차 매도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는 당분간 조정을 받더라도 950선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오르더라도 전고점인 1,020∼1,030선에서 멈추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공산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적·배당·자산가치 3박자 종목 주목


이런 가운데 LG필립스LCD가 11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 증시는 본격적인 실적시즌으로 접어든다.


12일 포스코,15일 삼성전자,19일 LG전자가 속속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한진 전무는 "하방경직성이 강한 박스권에서는 종목장세가 종종 출현한다"며 "어닝시즌을 맞아 실적 호전주를 중심으로 한 종목별 주가 차별화 현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수는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더라도 1분기나 올 한햇동안 실적이 크게 좋아지는 종목은 주가가 오르게 될 것이란 얘기다.


실적과 함께 배당 및 자산가치를 고려하면 좀더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강현철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고배당주는 4∼5월을 저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자산가치도 우량한 종목이라면 조정장에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세아제강 국도화학 웅진닷컴 대덕GDS 삼양사 고려개발 종근당(거래소) 이오테크닉스(코스닥) 등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동기보다 30∼2백90% 증가하면서도 배당수익률은 3% 이상으로 예상되고,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1∼1.40배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좀더 긴 안목에서는 올 한햇동안 실적이 호전되는 '3박자 종목'에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대우증권은 △삼호 대한도시가스 SKC 화천기계 한세실업 GS건설 포스코 제일모직 유성기업 부산은행 효성 한진 대구은행 동부제강 등 거래소종목과 △이루넷 디지털대성 코메론 나라엠앤디 지엔코 자원케미칼 상화마이크로 등 코스닥종목을 꼽았다.


이들 종목은 올해 영업이익이 10% 이상,배당수익률은 3.5% 이상,PBR는 2배 미만인 공통점이 있다.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는 "실적이 좋은 고배당·자산가치 우량주가운데 매수세가 몰리면서 순식간에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며 "어느때보다도 더 종목찾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