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업체 직원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미국의 이권이 걸린 곳에 들어가 해당 국가의 국고를 통째로 터는 경제 저격수였다.


우리의 임무는 미국의 패권 행진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는 무조건 제거하고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돕는 척하며 막대한 정부자금을 미국 회사들이 집어삼키도록 조종하는 것이었다."


'경제저격수의 고백'(존 퍼킨스 지음,김현정 옮김,황금가지)에서 저자가 폭로한 팍스아메리카나의 음모다.


경제 저격수란 미 국가안보국(NSA)에서 훈련을 받은 뒤 겉으로는 국제적인 컨설팅 회사의 경제분석관 등으로 활동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나라의 국고를 미국 기업이 손쉽게 털어내도록 회계 부정, 뇌물, 협박등의 수단을 동원해 공작을 벌이는 경제 전문가.


저자는 1971년부터 1980년까지 인도네시아 전력 개발 사업,석유 파동,사우디아라비아 돈세탁 프로젝트,파나마 운하 소유권 재협상 등 엄청난 사건의 뒷편에서 경제 저격수로 활동한 인물.


경제 저격수들의 역할이 먹히지 않을 경우 '자칼'(미 중앙정보국 소속 암살자)들이 나서고 이마저 실패하면 군인들이 쳐들어가는 상황이 이어진다고 그는 폭로한다.


저격수로 일하는 동안 아내와 이혼한 그는 친구였던 토리호스 파나마 대통령과 롤도스 에콰도르 대통령의 의문사 등을 겪으면서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다 20여년 전 회사를 그만뒀고 9·11테러 이후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CIA보다 빠르고 미군보다 강하다'는 경제저격수의 힘은 미국 특유의 '기업 정치'에서 나온다고 털어놓는다.


기업 정치란 거대 기업과 정부,은행이 서로 손잡고 약소국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일종의 '글로벌 금권정치'.


이들의 연결고리는 포드자동차 사장 출신으로 케네디와 존슨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하고 세계은행 총재를 지낸 맥나마라에서 시작돼 벡텔사 회장과 레이건 행정부의 국방장관을 지낸 조지 슐츠,랠리버튼사 회장을 역임한 체니 부통령 등으로 이어진다.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자(네오콘) 폴 울포위츠 전 국무부 부장관이 세계은행 총재로 취임한 것만 봐도 이같은 커넥션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3백71쪽,1만5천원.


고두현 기자?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