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일본의 2006년판 중학교용 역사 및 공민교과서 검정본 상당수가 여전히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고,심지어 지금보다 개악된 곳도 적지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독도영유권을 둘러싼 일본의 억지주장으로 야기된 한·일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몹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8개 공민교과서 중 3개는 독도를 자국영토로 기재한데다 지리교과서 1개도 독도를 놓고 분쟁이 빚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개악했다고 한다. 일본이 역사왜곡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노골적인 영토왜곡을 일삼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한·일간 외교전쟁의 격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독도와 교과서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계획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이미 "주변국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역사도 반성하지 않는 나라가 국제사회의 지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마디로 한·일관계가 벼랑끝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다. 물론 사태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한 책임이 전적으로 일본에 있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하지만 양국간 갈등과 긴장이 고조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우리 쪽에도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일관계의 장래가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간 동맹을 둘러싼 잡음이 없지 않은 마당에 양국의 관계 악화가 오히려 미·일간 동맹을 더욱 공고하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여러가지로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당장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가 요구되는 북핵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가져올 가능성도 커졌다.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고 있고,FTA 등 풀어야할 현안도 많은 일본과의 협력기조에도 상당한 손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문제의 매듭을 일본이 먼저 풀지 않으면 안된다. 과거에 대한 진실한 반성이 전제되지 않고는 진정한 우호선린 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일시적 감정에 휩쓸리기 보다는 동북아의 국제 정치·경제적 역학관계와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앞으로 한·일관계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장기적인 구상과 전략부터 마련해 단계적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