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함에 따라 차기 265대 교황이 누가 될 것인지 전 지구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의 서거나 궐위가 확인되면 20일 이내에 시스틴 성당에서 전세계 80세 이하의 추기경들이 모두 참석하는 비밀회의(콘클라베)에서 다음 교황을 선출하게 된다. 후임에는 현재 수많은 추기경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교황 선출이 워낙 엄격한비공개방식으로 진행되는데다 논의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전망이 쉽지 않다. 이탈리아 출신이 다시 교황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황청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으나 가톨릭의 확산과 전인류적 포용을 위해선 더이상 이탈리아인 행정직교황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톨릭 전문가들은 모든 조건이 동등하다면 추기경들이 ▲교리해석에서 보수적이면서도 ▲제3세계 출신이고 ▲60대 후반 또는 70대 초반에 ▲오랜 교구 목회 경험을 가지면서 교황청 내부 사정도 아는 추기경을 후계자로 선출할 것으로 분석한다. 다음은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주요 인물들이다. ◇ 프란시스 아린제(72) 추기경 = 최초의 흑인 교황으로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이지만 런던에서 교육을 받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며 서유럽과 제3세계의 지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슬람 전문가로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을 장기 역임했으며 지금은 교황청 신앙성성(聖省) 수장을 맡고 있다. 2천만명 신도의 나이지리아 교구를 이끌고 있는 앤서니 오코기에 나이지리아 추기경의 이름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교황청 분위기상흑인 교황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 다리오 카스트리욘 오요스(75) 콜롬비아 추기경 = 성사(聖事)에는 극도로 보수적이지만 사회적 부정에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를 갖춘 성직자로 평가된다. 부랑인 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벌여왔고 커피 재배업자와 경찰의 부패에 맞서는 활동을 폈다. 우유배달원으로 가장해 마약상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방문, 고해성사를 하도록 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현재 교황청 사제 담당 성성을 이끌고 있다. ◇ 클라우디오 우메스(70) 브라질 상파울루 대주교 = 독일계 이민 후손으로 남부 브라질에서 태어났다. 노동운동에 동조하고 있지만 교리적으로는 전통주의를 따르고 있다.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라는 모토로 유명하며 남미 최대의 신자를 가진브라질을 대표하는 성직자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 오스카르 안드레스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62) 온두라스 테구시갈파 대주교= 수개국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인물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직접 항공기를 몰기도 한다. 제3세계 빈곤 문제를 현장에서 경험했으며 사회적 약자의 열렬한 옹호자로이름이 높다. 유머 감각이 탁월한 매력적 성품을 갖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이 장점이다. ◇ 호르헤 마리오 베르호흘리오(68)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 약사 출신으로 검소한 생활로 신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2000년 아르헨티나 전 교회에서 군사독재 시절의 죄과 청산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멕시코의 노르베르토 리베라 카레라(63), 도미니카의 니콜라스 드 예수스 로페스 로드리게스(68),쿠바의 하이메 루 카스 오르테가 이 알라미노(68) 추기경도 남미 출신 교황 후보로물망에 오른다. ◇ 디오니지 테타만치(71) 밀라노 대주교 = 전통적으로 교황을 배출해온 이탈리아 최대 교구인 밀라노 교구의 최고위 성직자. 교리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개혁을 적극 지지하는 진보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 안젤로 소다노(77) 교황청 국무장관 = 경험과 능력을 갖춘 안정된 인물로 꼽히며 상대적으로 고령이지만 건강은 양호하다.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출신으로 다소 어눌하다는 점이 흠이며 교황청 남미 대사 재직시 피노체트 독재정권에 유화적인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안젤로 스콜라(63) 베네치아 총대주교 = 이슬람 전문가로 생명윤리에 대해서전통적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언론에 친숙하고 지적이며 외국어의 귀재로 통한다. 교회를 현대문명과 연결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 지오반니 바티스타 레(71) 추기경 = 교황청 국무장관, 주교 성성 수장 등을역임, 교황청 업무에 가장 정통한 추기경. 서거한 교황과 매우 가까웠다. 이밖의 이탈리아인 후보로는 타르치시오 베르토네(70) 제노바 대주교와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인 카밀로 루이니 추기경,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78) 추기경이 꼽힌다. ◇ 고드프리드 다넬스(72) 벨기에 추기경 = 로마 가톨릭의 영향력 확산을 위한캠페인을 벌여온 개혁주의자로 꼽힌다. 피터 헤블스웨이트의 저서 `차기 교황'에서다넬스 추기경은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함께 교리에 대한 명쾌한 해석 능력을 지닌 몇안되는 추기경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 크리스토프 쇤보른(60) 오스트리아 추기경 = 소장파 추기경 중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사회적 이슈에 있어선 자유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동방정교와 가교 역할을 맡는 등 세계교회운동을 펼쳐왔다. ◇ 요제프 라칭거(77) 독일 추기경 = 교황청의 교리 수장으로 강경 보수파로 꼽히며 교황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중 하나였다. 유력한 차기 교황감으로 거론되는 한편 추기경단 의장으로 콘클라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또다른독일 추기경인 발터 카스퍼(72) 기독교단합촉진교황위원회(PCPCU) 위원장과 칼 레만(69) 추기경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이반 디아스(69) 인도 봄베이 대주교 = 아시아권의 유일한 후보. 교황청 외교관으로 36년동안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17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능력으로정평이 나있다. 테레사 수녀의 친구였다. 이밖에 루보미르 후사르(72.우크라이나), 장 마리 리스티게르(78.프랑스), 윌프리드 팍스 네이피어(64.남아공), 밀로슬라프 블크(71.체코) 등도 차기 교황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추기경들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