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 교회를 지난 26년간 이끌어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84)가 2일 오후 9시37분(한국시간 3일 오전 4시37분) 서거했다고 바티칸이 밝혔다. 호아킨 나바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교황께서 2일 저녁 9시37분처소에서 선종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6년 2월22일 공표한 교황령인 `주님의 양떼(Universi Dominici Gregis)'에 따른 모든 절차가 가동에 들어갔다"고 공식발표했다. 이 성명은 교황 선종 후 교황청과 성(聖) 베드로 성당 안에서 시행될 절차들에대해 언급한 것이다. 교황청은 장례식이 오는 6일에서 8일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웹사이트를 통해 교황의 장례식이 오는 6일엄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장례식이 오는 7일 이전에는 열리지 않을것이라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구체적 장례식 일정은 오는 4일 오전소집될 첫 추기경단 회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오는 4일 개최될 추기경단 회의에서는 이달 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비밀회의)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티칸 TV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 소식이 나온 직후 "천사들이 당신(교황)을환영한다"고 애도를 표시했다. 나바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 당시 개인 비서였던 스타니슬라브 디비즈 주교 등 측근들이 임종했다고 전했다. 그는 교황의 유해는 월요일인 오는 4일 오후까지는 성베드로 성당으로 운구되지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마와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교황청 기와 이탈리아 국기가 조기로 게양됐다. 실 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사흘간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교황 선종 소식은 바티칸시티에서 교황 서거를 알리는 조종이 울리기 시작해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7만여 철야 순례객과 방문객, 신자들에게 즉각 전달됐다. 보도진에는 e-메일로 전해졌다. 교황청 국무차관인 레오나르도 산드리 추기경이 "우리 모두는 오늘 저녁 고아처럼 느껴진다"며 교황 서거 사실을 발표하는 순간 성 베드로 광장은 충격에 빠진 듯침묵에 휩싸였으며 곧 이어 여기저기서 읊조림이 시작됐다. 교황청 내 2인자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오열하는 신자들을 기도로 이끌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추기경들이 베드로 광장에 모인 7만여 신자 및 방문객들과 함께 교황의 마지막 여행을 위한 기도를 집전하는 사이 눈을 감았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가톨릭 교회가 지도자를 잃었다"면서 "세계가 인간자유의 옹호자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하느님이 그런 분을 보내주신데 대해 감사한다"면서 "그는 폴란드의 아들로 시대의 영웅이 됐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교황의 서거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평화의 옹호자였으며, 종교간 대화의 선구자였고, 교회 자체의 비판적인 자기 분석을 추진한 원동력이었다"고 애도했다. 교황은 최근 요로 감염에 따른 패혈성 쇼크로 심장과 신장 기능이 약화하면서 급격히 병세가 악화됐으며 2일 아침에는 고열이 시작돼 점차 의식을 잃어 갔다. 앞서 나바로 발스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교황은 아직 의식이 있으며 대화를 할 때는 눈을 뜬다고 전하면서도 "새벽 이후 의식이 영향받는 첫 징후가 있었다"고 말해교황 선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교황의 측근 중 한 명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도 "그는 자신이 신께 다가가고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978년 10월 58세의 나이로 교황에 즉위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유럽에서 공산정권 몰락과 전세계 11억 가톨릭 신자의 지도자로 전통적인 가톨릭 교리를 엄수하는데보인 탁월한 역할로 영원히 기록될 전망이다. 교황은 또 그동안 자주 세계를 여행하며 사회 전반에 만연한 소비주의와 피임,낙태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다. 교황 선종이 발표되자 차기 교황을 선출할 전세계 추기경들은 로마로 몰려들기시작했다. 80세 이하인 이들 추기경은 향후 15-20일 이내에 교황청 내 시스틴 성당에 모여 다음 교황을 뽑게 된다. (바티칸시티=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