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보다는 미드필더." 3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 선발출전했던 '유비' 유상철(34.울산)의 심정은 다른 후배들과는 사뭇 달랐다. 킥오프 직전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는 지난 97년 10월 98프랑스월드컵최종예선에서 맞붙은 우즈베키스탄전 경기모습이 상영됐고 자신이 골을 넣었던 장면이 보여지는 순간 남다른 승부욕이 솟구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지난 3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원정경기를 치른 뒤 유상철은 여론의 집중적인포화를 맞았다. 특히 본프레레호 스리백의 조율사로서의 임무를 맡았지만 선제골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하면서 '유상철 무용론'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고 나오자 스스로도 위축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비록 체력적인 부담이 따랐지만 지난 2002한일월드컵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활약을 펼쳤던 유상철에게 다시 한번 대표팀의중원을 맡기는 승부수를 띄웠다. 유상철에 대한 본프레레 감독의 믿음은 경기 종료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잘드러난다. 본프레레 감독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면 어느 팀이든 꼭 필요하다"며 "유상철은 수비에 섰을 때보다 미드필더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본프레레 감독의 표현처럼 유상철은 우즈베키스탄전 전반전 동안 팀의 좌우공격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자 위협적인 중거리포로 좀처럼 자기 진영을 벗어나지않으려던 우즈베키스탄 수비진들을 끌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전반 38분 미드필드지역 중앙에서 차두리의 백패스를 이어받아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방심하고 있던 우즈베키스탄의 골키퍼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것. 6분 뒤에도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는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통해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어줬다. 이날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유상철은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지만 오랜 재활훈련에 따른 떨어진 경기감각으로 아쉬웠던 순간도 많이 노출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긴 드리블과 부정확한 패스로 인해 역습의 위기를 내줄뻔 했던 순간 등 안정감을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불안감을 보여준 것. 이 때문에 본프레레 감독으로서도 우즈베키스탄전에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김남일이 복귀할 경우 수비력에서 문제점이 노출된 유상철의 기용 여부에 대해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유경렬(울산)이 이끈 스리백이 안정감을 보이면서 유상철의 중앙수비 재기용 여부문제 역시 코칭스태프로서는 고민할 수 밖에 없다. A매치 121경기의 노련미와 뛰어난 득점력을 겸비한 유상철이 과연 2006독일월드컵 본선무대까지 팀의 맏형이자 멀티플레이어로서 '롱런'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