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원정 2연전을 돌파하라.' 벼랑 끝에 몰릴 뻔한 위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격파하고 부활의 날갯짓을 편 본프레레호의 독일행 대장정에 남은 지상 과제는 오는 6월3일과 9일(이하 한국시간)중앙아시아와 중동으로 연이어 날아가야 하는 지옥의 마라톤 원정길이다. 홈 2경기, 어웨이 1경기를 치른 한국은 6월3일 오후 10시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과 4차전을 치르는데 이어 6월9일 오전 2시45분 쿠웨이트시티에서 쿠웨이트와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을 잇따라 치른다. 축구협회는 4월부터 '원정 2연전 총력체제'로 전환해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노흥섭 축구협회 전무는 "전세기 동원을 비롯해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부분 별로 세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일단 해산한 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5월24일께 재소집될예정. 우즈베키스탄과 혈전을 치른 해외파 이영표-박지성(이상 에인트호벤),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설기현(울버햄프턴), 김진규(이와타)는 31일 낮 유럽과 일본발 항공편으로 소속 팀에 복귀했다. 국내파 태극전사들도 각자 소속 팀에 돌아가 4월2∼3일 경기로 열기를 다시 지필 K-리그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축구협회는 타슈켄트 원정에 앞서 5월29일 평가전을 갖는 것으로 일정을 잠정결정했다. 평가전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내에서 리허설을 갖고타슈켄트로 떠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국은 같은 조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득점없이 비긴 덕에 2승1패(승점 6)로 사우디아라비아(1승2무), 쿠웨이트(1승1무1패)를 제치고 A조 선두를 탈환했다. 하지만 최대 위기를 넘겼다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본선행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조 2위 안정권을 승점 11 정도로 예상해 볼때 6월초 원정길에서 승점을 쌓지 못할 경우 막판 엄청난 압박을 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만쇼크(2003년 10월)', '몰디브 망신(2004년 3월)', '담맘쇼크(2005년 3월)'에서 드러났듯이 최근 한국축구의 원정 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게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난제다. 홈에서 월드컵 예선 5연승의 쾌속 행진을 이어간 반면 원정에서는 작년 9월 호치민 원정에서 베트남을 겨우 누른 것을 비롯해 제대로 시원하게 이겨본 기억이 없다. 초여름에 접어드는 현지 날씨와 그라운드 상태도 복병이다. 쿠웨이트시티는 작년 날씨를 기준으로 할 때 6월 초 날씨가 최고 34-36℃에 달하고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날 경우 40℃에 가까운 열사의 살인적 더위와 싸워야 한다. 타슈켄트는 요즘 기온이 최고 11℃로 한국과 비슷해 6월 초에도 큰 더위는 없을것으로 보이지만 작년 10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당시 성남 일화의 원정경기에서 나타난 바로는 울퉁불퉁한 그라운드 컨디션이 경기력에 적잖은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원정 기간이 긴 만큼 자칫 무리한 적응을 시도할 경우 또 낭패를 볼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에 대비해 본프레레호는 일찌감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날아갔지만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두바이 적응훈련은 실익이 없었다. 두바이와 담맘의 날씨도 달랐고 오히려 선수들을 지치게 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파는 국내에서 조율을 한 뒤 유럽리그의 사정상 경기 5일전 쯤 합류하는 해외파와 현지에서 합류해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전술 훈련 프로그램으로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