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제 식민지 잔재 청산을 위한 정부의 활동 강화를 주문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초점을 맞춘 대목은 전세계에 존재하는 각종 지식정보자료, 문헌, 기록 등이다. 가령 `일본해', `다케시마' 등으로 지명(地名)이 잘못 표기돼 있거나 과거 일제식민지 침탈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이 왜곡된 지도나 학술자료, 국제문헌,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식정보 영역에서 우리 주권을 회복하는 의미"라며 "따라서 국가가 적극 나서서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지난 23일 한일관계 관련 대국민 서신에서 대일(對日) 외교정책기조를 `조용한 외교'에서 `할 말은 하는 외교'로 선회하겠다고 천명한 뒤 처음으로 밝힌 구체적 대응조치인 셈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서신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며 "그동안 정부는 일본에대해 해야 할 말이나 주장이 있어도 가급적 시민단체나 피해자의 몫으로 넘겨놓고말을 아껴온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었다. 그동안 국제문헌이나 자료에 잘못 기록된 `식민지 잔재'에 대한 시정 요구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보다는 시민단체 및 학계 등 민간차원에서 활발히전개돼 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날 지시에 따라 사이버 민간외교사절단인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등이 해온 `오류 시정' 활동에 정부도 적극 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식민지 잔재 청산활동'에 있어 민관 협업체제가 주목된다. 이업무는 앞으로 신설될 국제지명대사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이같은 조치는 단지 자료 및 문헌의 오류를 찾아내고 고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일관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환기시킨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노 대통령도 `할 말은 하는 외교'를 천명하면서 정부가 취할 향후 조치로 "국제사회도 일본으로 하여금 인류의 양심과 국제사회의 도리에 맞게 행동하도록 촉구할의무가 있다"며 "우리도 국제사회에 이 당연한 도리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틀린 한일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노 대통령의 지시와 주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제 식민시대 징용피해자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미처 풀리지 않은 한일간현안이 상존해 있는 데다 내달 4일 일본의 역사교과서 검정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기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일관계를 다루기 위한 대책기구가 조만간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예상된다. 김만수 대변인은 "30일 오후 한일관계 대책기구 구성과 관련한 회의가 있을 예정"이라며 "현재 대책기구의 대체적인 윤곽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에 이어 한달여만에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와 관련한 국무위원들의 발언록을 보고 이날언급할 내용을 정리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한일간 문제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과 대처방안에 대해 언급했다"며 "지난 23일 대국민 서신에서 밝힌 것과 같은 기조로 말한 것"이라고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