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형벌이 사형이라고 한다. 범죄자를 응징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사형이었고 이는 곧 정의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형도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 중세도시에서는 시장광장에서,우리 고대국가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저잣거리에서 처형이 감행됐다. 공개처형은 대부분 끔찍한 방법으로 행해져 대중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사형제도가 비인도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은 18세기 중엽부터다. 그후 사형을 둘러싼 찬반논쟁은 형법학자들은 물론 철학자 문학가들이 가세하면서 점차 가열되기 시작했다. 카뮈와 빅토르 위고 등이 폐지론자라면 칸트와 루소 등은 존치론자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가권력이 인간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는 도덕적 권리를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고,반대편의 사람들은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응보론으로 맞섰다. 이제는 사형제 폐지가 대세를 이루는 추세여서 이를 수용하는 나라가 훨씬 많아졌다. 유럽연합에서는 사형제도 폐지가 가입의 전제조건일 뿐더러 사회주의의 맹주였던 러시아 조차도 지난 2000년 사형제도를 없앴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주(州)와 중동 및 아프리카지역의 국가,일본 등은 아직 사형제도가 존속되고 있는데 개중에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사문화된 형법을 가진 나라들도 많다고 한다. 사형제도의 존폐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인간 존엄성의 파괴' '형벌의 최후 보루'라는 상반된 의견이 팽팽히 맞서오던 터에 국가인권보호위원회가 엊그제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다. 각계의 상반된 견해를 조정하고 국회에서의 논의가 남아있긴 하지만 사형제 폐지의 물꼬를 튼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형제도는 일제와 8·15해방 그리고 독재정권시절을 거치면서 악용된 사례가 적지 않아 여론이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아무튼 사형제도의 존폐는 국민의 '법감정'과 '범죄 억제 효과'를 교량하면서 최선의 길을 찾는 일만 남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