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혜 < 동화작가 > 인어공주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읽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이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어공주가 사람이 되고 싶어 마녀를 찾아가자 마녀는 인간의 다리를 주는 대신 인어공주의 고운 목소리를 달라고 한다.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그리며 자신의 목소리를 주고 다리를 얻는다. 하지만 마녀는 사랑을 느낄 때 그 다리가 바늘로 찌르는 고통 때문에 견디기 힘들게 될 거라고 말한다. 결국 인어공주는 인간이 되어 사랑하는 왕자님 곁으로 가게 되지만 바늘로 찌르는 아픔만을 안게 된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인어공주의 언니들은 인어공주를 바다로 돌아오게 하려고 자신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마녀에게 잘라주고 인어공주에게 비늘과 지느러미가 생길 수 있는 약을 받아서 공주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공주는 끝내 인어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이야기 곳곳에 대가(代價)라는 문제가 나온다. 모든 것은 대가를 치러야 얻어지는 것이라고.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이 대가라는 부분에 무관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일진회'의 문제를 보자. 이들이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지급해야 할 대가를 생각했다면 과연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됐을까. 학업을 소홀히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빼앗고 성적 타락 등을 일삼는다면 그 대가는 너무도 뻔하고 엄청나다. 공부를 못하니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할 수가 없고 결국은 나쁜 일을 반복하다가 감옥을 드나드는 것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돼버린다.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니더라도 친구를 때리면 폭행범이 되고 잘못 때려 죽이기라도 하면 살인자가 된다. 친구의 금품을 빼앗는 것은 장난이 아니라 분명 강도짓이다. 제어되지 않는 성 충동은 강간범으로 전락될 수 있고 상대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부모 또한 함께 대가를 치르게 되고 이 사회 학교 등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비단 아이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이는 어른들에게 배우고 흉내내는 본성이 있기 때문에 일진회든 집단 따돌림이든 모두 어른들 모습의 복사판임에 틀림없다. 일이 터진 후 우리는 너무 쉽게 아이들과 학교,관계기관만 질타하는 경향이 있다.그렇다고 우리가 면죄부를 얻을 수 있을까.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는 언제나 양심을 접는 기성세대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투영됐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아이들의 문제점은 바로 우리가 뿌린 씨의 대가이다. 물론 대가라는 게 나쁜 쪽에 대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인생을 알차게 준비하고 살아가면 본인은 물론 수많은 사람이 그 대가로 인해 감동과 평안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지금 독도문제를 가지고 일본과 싸우고 있다. 그런데 만약 독도를 지킨 안용복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 지배를 받을 때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의사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개발시대를 살면서 땀흘려 일한 선배들,아버님 어머님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우리가 있을 수 있을까. 그분들이 치른 대가에 대해 어느만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일진회 같은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에도 정답만이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가라는 관점에서 자신을 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타인이 행복을 느끼게 되는가, 아니면 고통과 절망을 느끼게 되는가. 순간의 쾌락을 대가로 해서 미래에는 더욱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지금 조직을 탈퇴하려면 어쩌면 고통의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계속 있음으로써 지급해야 할 대가에 비하면 매우 작다. 그리고 그 결단으로 인해 한층 성숙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보석과도 같은 청춘을 가치있고 생명력있는 의미들로 가득 채울 수 있어야 먼훗날 비로소 인생을 절대 낭비하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