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GM의 뷰익 '파크 애비뉴'를 타고 다닌다. 이 차를 타면서 왜 신용등급이 쓰레기로 간주되는 투기등급 언저리로 곤두박질쳤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차는 승차감과 순간속력이 좋지만 5년,10만km도 안됐는데도 수시로 체크 엔진(서비스 엔진) 경고신호가 나온다. 엔진을 점검해보라는 신호다. 이 경고등은 운전자가 놀랄 만하면 약 올리기라도 하듯이 사라졌다가 잊어버릴 만하면 또 나온다. 정비소에선 점검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니 무시하고 타고 다니라고 했다. 차 성능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로선 여간 불안한게 아니다. 일제차를 타고 다니는 동료들은 그런 잔고장 때문에 고생한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차의 성능이나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하지 않더라도 GM과 일제차에 대한 그같은 단순한 인식 차이가 GM을 추락시킨 가장 큰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인식차이라고 하지만 시장에서 그것만큼 예민하고 냉정하고 정확한 평가도 없다. 전문기관의 평가보다도 더 무서운게 소비자들의 입소문이다. GM은 그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이다. 1950년대만해도 미국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회사였다. 지금은 25% 지키기가 벅찰 정도다. 철강회사나 항공사처럼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을 경우 부도날지 모른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막대한 의료보험료 부담이 첫번째로 거론된다. 1백10만명에 달하는 전현직 근로자및 그 가족들에 대한 수십억달러의 보험료지원 부담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장애물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차보다 환율 면에서 불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흔들림 없는 진실은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단순한 인식이 GM에 호의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눈부신 약진을 거듭하는 것도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평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GM이 위기에 빠진 것을 보면서 품질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