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호(61) 전 과학기술부 차관이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업무를 시작함으로써 전경련이 2월 총회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져온 파행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자기변신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달 23일 총회에서 강 회장이 재신임을 받아 2기 체제가 출범한 이후 꼭 한달 만이다. 전경련은 그간 사무국을 총괄해온 현명관 전 부회장이 지난 달 28일자로 사퇴한뒤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강 회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전경련 운영 구상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주요사업에 대한 결재도 사실상 중단되는 등 업무공백 상태를 보여왔다. 강 회장이 자신과 손, 발을 맞출 상근부회장 인선을 놓고 한 달을 끌어 업무공백이 있었지만 삼성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LG 강유식 부회장, 현대차 이상기 기획총괄 부회장, SK㈜ 신헌철 사장 등 4대 그룹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조 전 차관에대한 '확실한' 동의를 얻어냄으로써 재계단합의 발목을 잡아온 '특정그룹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차단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상근부회장 인선을 직접 주관해온 강 회장은 당초 전경련 활동에 대해 다소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던 LG나 현대차그룹 인사를 영입하려 했으나 두 그룹 모두 이를고사하는 바람에 실패하고 장관급 인사 영입 마저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조 전 차관 카드를 꺼냈으나 강 회장 입장에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강 회장이 손길승 전 회장의 중도하차 이후 등 떼밀리다시피잔여임기를 맡아 전경련을 이끌면서 소극적 입장이었지만 지난 2월 총회에서 제30대회장에 정식 선임된 뒤 80세를 바라보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다른 강한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이 2기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경련을 위원회 중심으로 개편하고 전경련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구상을 밝힌 것도 1기 때와는 다른 친정체제 구축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강 회장의 친정 의지에 비춰볼 때 대통령비서실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비서실장 등을 거치고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하며 '참모형' 역할을 많이해온 조 신임 부회장이 그간 하마평에 올랐던 다른 어떤 인사들보다 더 적격이라는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강 회장이 앞에서 끌고 조 부회장이 뒤에서 미는 형태로 조직운영이 이뤄진다면 더 없이 좋은 라인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강-조 체제에 대한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신임부회장이 무협 부회장 시절 자기주장을 펴다 김재철회장과의 불화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점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 회장이 지나치게 친정체제를 강화하려 할 경우 자칫 조 부회장과의 충돌로이어질 수 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전경련 내부에서는 조 신임부회장이 업무파악을 끝내는대로 이르면 이달안에 임원진과 한경연 등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