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경영으로 `국민이 낸 시청료로 목욕을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려온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21일 구조조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구조조정안에 BBC 노조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노조 간부들은 "역사상 최악의 날"이라며 경악해 했다. BBC는 이날 발표한 구조조정안을 통해 앞으로 3년 간 2천50명을 추가로 감원할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상보다 5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BBC는 이달 초 이미 인사.경리.홍보.법무 등 비제작부서 인력 1천73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2차로 발표된 추가 감원 인력을 합해 전체 감원 규모는 3천780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인력의 19%가 3년 이내로 BBC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추가 감원은 주로 제작부서에서 집중됐다. 보도 420명, 스포츠 66명, 드라마,오락 및 어린이 프로그램 150명, 지방 방송국 735명, 뉴 미디어 58명, 교육 관련 프로그램 424명 등이다. BBC는 2008년까지 3억5천만파운드(약 6천7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려면 대규모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마이크 톰슨 BBC 사장은 최근 사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절감된 예산은 콘텐츠의 질을 향상하고 디지털화 등 방송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며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려면 어렵고 고통스런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BBC 노조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노조 간부들은 강제적인 감원이 실시된다면 쟁의행위 돌입 여부에 대한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노조(Bectu) 간부인 루크 크로울리는 "오늘은 80여년 BBC 역사상 최악의 날"이라면서 "우리는 개혁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대량 감원이 방송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면 단호히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