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를 공시한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코스닥기업들이 늘고 있다. 실적에 긍정적인 공시가 나오면 주가상승에 탄력이 붙던 지난 1,2월과는 사뭇 다르다. 조정국면이 계속되면서 투자심리도 냉각돼 호재 발표가 차익매물 계기로 인식되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 코스닥랠리 때엔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이 무색할 정도였다"면서 "그러나 최근들어선 호재를 내놓으면 대부분 약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종목은 공시를 전후해 대규모 매물이 쏟아져 관련 공시가 사전에 누출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호재 발표하면 급락세 2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공시를 통해 국내외 공급계약 체결이나 신제품 개발,장비·사업 수주 등을 밝힌 업체들의 상당수는 공시 이후 쏟아진 차익매물로 급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쎄라텍은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등에 쓰이는 소자 부품인 '적층형칩 파워인덕터'를 개발,2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감에 따라 상당한 수입 대체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공시했다. 공시 직후 주가는 5%대 급등했으나 5분도 채 안돼 하락세로 급반전,6.12% 하락한 2천3백원으로 장을 마쳤다. 네오웨이브도 사정이 비슷하다. KT에 제품 96억원어치를 공급키로 계약했다고 공시한 지난 18일 장중 한때 7% 넘게 급등했으나 1시간 여만에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하더니 결국 5.6% 떨어졌다. 공시 이틀째(거래일 기준)인 21일도 약세를 이어갔다. 지난 주말 1천5백억원어치의 휴대폰을 수출키로 했다고 밝힌 엑세스텔레콤은 공시 후 처음 거래일인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밀렸다. 장 초반부터 하한가에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증권업계는 "가뜩이나 호재성 공시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시 끝부분에 '실제 발주가 되지 않더라도 구매자는 면제된다'는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락 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들 외에도 대규모 공급이나 수주 등을 밝힌 대부분의 업체는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열병합발전시스템 업체인 케너텍은 최근 25억원의 용역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으나 공시 당일 6.93% 떨어졌다. 장중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밀리기도 했다. ◆호재 진행상황 파악하라 전문가들은 호재성 공시가 전혀 맥을 못 추는데 대해 "코스닥랠리 동안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호재성 공시로 매수세가 유입되자 차익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시 직후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의 상당수는 올해 초 각종 테마로 분류되면서 단기간 급등한 업체들이다. 코스닥시장이 조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심리가 불안해졌다는 점도 호재성 공시가 주가에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파악되고 있다. 호재가 미리 노출됐다는 의혹도 나온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 업체인 프로텍은 지난 18일 공시 직전 9% 가량 뛰었고,쎄라텍과 엑세스텔레콤도 공시 전날 상승률이 9%대에 달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호재 공시를 물량을 털어내는 계기로 활용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수주나 대량공급 등 공시내용만으로 추격매수하기 보다는 해당공시 진행 상황을 감안해 매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