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침착성은 꼭 배워야할 부분입니다"(김영광).


"내가 실력이 뒤지면 주전은 영광이의 몫입니다"(이운재).


한국축구의 '넘버 1' 골키퍼인 이운재(32.수원)와 백업 수문장인 김영광(22.전남)이 10년의 나이차를 뛰어넘는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축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팀의 두 믿음직한 골키퍼가 모처럼 짬을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부르키나파소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20일(한국시간) 숙소인 두바이 알 부스탄로타나호텔 코트에서 테니스로 워밍업을 한 뒤 기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였다.


먼저 이운재는 "영광이가 잘하는 부분이 있고 내가 나은 것도 있다.각자 스타일이 틀려 누가 더 잘한다고 말할 문제는 아니다"며 "기회가 있을 때 영광이에게 '기본에 충실하고 어린 선수로서 사생활 관리도 잘해야 롱런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영광이도 프로이기에 스스로 잘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에 김영광은 "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냉정을 유지하는 한편 수비리드도 좋은 형의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한다"며 "훈련 때도 어떤 점이 잘못됐다고 지적해준다"고 화답했다.


이운재는 이어 대표팀내 주전 경쟁과 관련해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전과 멀게는독일월드컵에서 누가 주전으로 뛰게 될지는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판단할 문제다.


선의의 경쟁을 벌인 뒤 내가 실력에서 달리면 영광이가 뛰는 것"이라며 경쟁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소 "운재형과 좋은 경쟁자가 되고 싶다"고 했던 김영광은 한때 자신의 우상앞에서 경쟁이라는 말 자체가 어색했던지 쑥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지금은 백업요원이고 형 밑에서 배운다는 생각 밖에 없다"면서도 "은퇴 뒤 저에게 (골키퍼 장갑을)물려주지 않겠느냐"고 슬쩍 넘겼다.


순간 이운재가 "형을 잡으려고 해야 나도 실력이 늘지"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운재는 마지막으로 "경쟁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진리다.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빨리 성취하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붙박이로 성장할 수 있다"며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바로 자신"이라며 뼈있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김영광도 "차분하게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형을 도와 꼭 월드컵 무대에 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축구팬들은 둘이 향후 펼칠 선의의 경쟁이 시너지효과를 유발, 대표팀 전력 향상에 기여하고 한국축구의 골키퍼 수준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