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2ㆍ텍사스 레인저스)가 완벽한 땅볼투수로의 변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박찬호는 15일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4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는 눈부신 피칭을 했다. 원동력은 역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익힌 투심패스트볼. 외야로 뻗어나간 타구가 1개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박찬호가 완벽한 땅볼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사실을 보여준다. 땅볼 타구의 중요성은 박찬호의 과거 성적에서도 잘 나타난다. 위력적인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우던 박찬호였지만 성적은 땅볼 아웃의 비율이 높을수록 좋았다. 98년 처음으로 15승을 돌파할 때 박찬호는 땅볼 아웃을 294개, 플라이볼 아웃을198개 잡아내 'G/F(플라이볼 아웃에 대한 땅볼 아웃의 비율)'가 1.4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또 18승을 거둔 2000년 G/F는 1.22였다. 그러나 지난해는 1.18을 기록했고 1승3패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2003년에는 0.95, 텍사스 입단 첫해인 2002년에는 1.10에 그쳤다. 98년 박찬호가 많은 땅볼 아웃을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은 시속 155km를 넘나드는빠른 공에 위력적인 커브를 보유했기 때문이었다. 빠른 공을 기다리던 타자들이 박찬호의 커브에 타이밍을 빼앗겨 힘없이 건드린 타구가 대부분 땅볼아웃으로 연결된 것이다. 직구 스피드가 150km 안팎으로 떨어진 박찬호가 그때와 같은 스타일로 많은 땅볼 아웃을 잡아내기란 어렵다. 그런 투수들의 생존 방법이 투심패스트볼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땅볼 아웃 투수는 브랜던 웹(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다. 웹은 지난해 G/F 3.55로 최고를 기록했고 그 뒤를 2.87의 데릭 로(보스턴 레드삭스), 2.53의 팀 허드슨(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등이 잇고 있다. 이들의 직구 스피드는 대부분 박찬호처럼 시속 150km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위력적인 투심패스트볼로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군림하고 있다. 로는 마무리 투수 시절 155km의 강속구 위주의 피칭을 했지만 선발 투수로 전업하며 스타일을 바꿨고 허드슨 역시 155km의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150km에도 못미치는 투심패스트볼을 더욱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과거 파워피처였던 박찬호의 피칭 내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스피드와 탈삼진 수였다. 이제 땅볼 투수로 거듭나려는 박찬호의 피칭에서 눈여겨 볼 것은 땅볼 아웃 수와 G/F다. (알링턴=연합뉴스) 김홍식 특파원 ka12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