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기 금리를 계속 인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장기금리 상승세가 이에 크게 못미친 주된 이유는 인플레가 당분간 진정세를 유지하리란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월가에서 활동하는 56명의 실물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지난 4-7일(이하 현지시각) 경제 전반에 대한 그들의 판단을 종합해 분석하는 가운데 이같은 새로운 변수가 부각됐다고 10일 보도했다. 그간은 미국의 장기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데 대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외국중앙은행들이 미국채를 대거 매입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투자자들이 경제의 불투명한 장래를 우려해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안정적인 장기 채권을 매집하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해왔다.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도 앞서 미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단기금리 인상 추세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이 "수수께끼"라고 말해 한때 채권시장을 동요시킨 바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채권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0년물 미국채 수익률은 지난 9일 4.51%로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4.50% 선을 돌파해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저널은 이런 추세로 가면 10년물 채권 수익률이 오는 6월까지 4.65%로 앞서 조사 때 예상된 4.57%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연말께도 당초 예상보다0.02%포인트 높은 4.99%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저널은 56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그간 장기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를 8가지씩 거명하라고 요청한 결과 `인플레 진정에 대한 기대'가 압도적인 수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조사에 응한 모기지론 전문금융기관 패니매의 데이비드 버슨 수석애널리스트는"FRB가 핵심 인플레 상승을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시장이 믿고 있다"면서 "물가가 오르더라도 FRB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FRB 산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순환 멤버로 표결권을 가진 마이클 모스코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장기적으로 인플레가 심화될 것이라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전문가들은 따라서 FRB의 금리 정책이 향후 `좀 더 공격적'으로 바뀌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즉 앞서 조사 때는 오는 6월까지 연방기금 금리가 3%로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이번에는 3.2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또 연말까지 3.75%로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기금 금리는 현재 2.5%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성장 전망도 밝게 내다봤다. 지난번 조사 때 올 1.4분기와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예상 성장률을 각각 3.8%와 3.7%로 예측했던 것이 이번에는 4.0%와 3.8%로 높게 나왔다. 올상반기 성장 전망치도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 상향조정 됐음을 저널은 상기시켰다. 전문가들은 또 노동 생산성 상승세가 둔화되기는 할 것이나 경제에 타격을 가할 정도로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향후 5년간 노동 생산성이 연평균 2.5% 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것이 지난해의 4%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기는 하나 경제의 탄력을 유지하는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최근의 생산성 추세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고용시장을 위축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패니매의 버슨은 지적했다. 한편 향후 달러가치에 대해 응답자의 22%만 '급격히 하락해 주식.채권시장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인 것으로 저널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