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관료들에게 또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은 10일 다산연구소(이사장 박석무)의 다산포럼에 기고한 `실사구시적경제개혁이라야'라는 제하의 글에서 잘못된 관료주의가 지금도 활개를 치면서 실사구시의 실현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병들었는데도 진단도 안하고 아프지 않다고 우기는가 하면 아프지도 않은데 불필요한 약을 과잉투약하는 경우도 있다며 돌팔이 의사는 환자가 어느정도 가려낼 수 있지만 돌팔이 관료는 5년 임기의 정권이 제대로 가려내지 못해다음 정권에서까지 잘못된 행태가 반복되곤 한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고시로 출발해 관료생활을 수십년 하는 사람들은 동일직급에 있는 사람들끼리 승진경쟁이 치열하며 당연히 자신의 입신의 문제에 신경을 써야 경쟁그룹에서 탈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민경제의 진단도 가급적 낙관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비관적인 견해를가지고 있어도 공식석상에서 자기 의견을 내놓기 꺼리기 때문에 경기의 진단, 구조개혁이 필요한 부문에 대한 의견을 관료집단에서 구한다면 그 정권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97년말 외환위기 당시, 그 직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외환위기가 일어날 리없고 경제의 기초여건이 좋다고 얘기한 사람들이 있다며 관료의 잘못된 진단으로 5천만 국민이 7년동안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을 고쳐야하는데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며 특히 부진한 분야가 정책생산분야라면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겪지않은 신용카드 위기로 또 2년 이상을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동남아국가에도 없는 낡은 관료주의가 주된 원인이며 그중에서도 경제부처의 오진과 잘못된 정책판단이 주범이라고 강조하고 현 정부가 공공혁신을 강조하는 등 일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별로 남지않은 낡은 고시제도를 가지고 실사구시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오랜 기다림 끝에 내수의 회복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내수가 회복되고 있다’고 자신있게 진단을 내리려면 더 많은 시장정보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내수회복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우리는 선진시장경제와의 경쟁에서 이겨내야 할 국제경쟁력을 완비하고 있지 못한 만큼 취약부문의 개혁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