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강자는 누구' 원성진 6단과 함께 85년생 소띠로 일명 '송아지 삼총사'로 불리는 최철한 9단과박영훈 9단이 정상 대결을 벌인다. 두 기사는 11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리는 제16기 기성전 도전1국에서 각각 챔피언과 도전자로 만나 도전5번기의 첫 승부를 갖는 것.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인 둘의 정상 대결은 여러모로 팬들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우선 도전자를 맞이한 기성 최철한의 입장. 지난 5일 벌어진 제5회 응씨배 결승전에서 중국의 창하오에 1-3으로 패하며 당한 내상의 치유 여부가 이번 승부의 가장 큰 관건이다. 일생 일대의 큰 승부를 놓친뒤 급격한 슬럼프를 겪었던 선배들의 전례로 볼 때 최 9단 역시 후유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만은 없을 듯 하다. 국내에서는 기성과 함께 국수, 천원을 우승해 3관왕에 올랐지만 아직까지 국제대회 우승 경력이 없어 '국내용'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역시 그에겐 부담이다. 상대 인 박영훈의 경우 국내에선 무관이지만 국제기전인 후지쓰배와 중환배를 우승해 '국제용'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이번 대결은 국내용과 국제용의 자존심 싸움이란 점도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수전과 기성전 도전기에서 이창호 9단을 꺾어 한국 바둑계를 양분했던최철한은 천원전 2연패에 이어 지난 2월 19일 금강산에서 벌어진 제48기 국수전 도전기에서 이창호를 3-0으로 완파하며 역시 2연패에 성공했다. 따라서 이번 기성전 도전기는 최 9단에게 있어 자신이 반짝스타가 아닌 이 9단과 함께 진정한 한국 바둑계의 양강(兩强)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마지막 관문이 될것으로 보인다. 도전자 박영훈 역시 마음 편한 상황은 아니다. 박영훈은 입단 이래 송아지 삼총사 중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기사. 2001년에천원전에서 우승하며 첫 타이틀을 획득했던 그의 기록은 최철한의 첫 우승(천원전)보다 무려 2년이 빠르다. 국제대회 역시 2003년 제8회 삼성화재배 결승에 올라 첫 정상무대를 경험(조치훈에 1-2패)했으며 지난해에는 제17회 후지쓰배에서 우승해 생애 첫 세계 정상등극의 맛을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그에 대해 최철한에 비해 2% 정도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최 9단이 지난해 워낙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최 9단이 거둔 승리가 천하의 이창호를 상대로 얻어낸 것이라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반면 박영훈은 이창호 앞에만 서면 한 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이창 호 전적은 1승 7패. 지난해 LG정유배에서 이9단과 모처럼 첫 결승 대결을 벌였지만결과는 참담한 0-3 완패였다. 최철한이 이창호를 상대로 10승 8패의 우세를 보이고있다는 점과 확연히 대비되는 장면. 최철한의 '국내용'과 마찬가지로 박영훈의 '국제용' 역시 떼고 싶은 꼬리표이다. 국내용이건 국제용이건 여기에는 결국 반쪽짜리 정상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창호를 넘어보지 않은 자는 정상을 탐낼 자격이 없다고 외치는 최철한과 세계정상을 밟아보지 않은 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되받는 박영훈. 진부하지만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양형모 객원기자 ranbi361@empal.com